전문가칼럼
흡연 및 금연에 관한 국내외의 새로운 소식들을 알려드립니다.
건강과 생명을 바꾸기 위한 줄서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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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순우/대구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 작성일 | 2009-08-17 | ||
출처 | 한국금연운동협의회 | ||||
올해 연초에 정말 오랜만에 가족들과 시간을 내어 제주도 여행을 하였다. 제주도가 특별자치도가 된 후 주변동료들이 제주도에 가는길에 면세점에 들러 물건을 사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에 나 역시 호기심으로 공항 면세점에 어떤 물건들이 있나 싶어 들러보았다. 그런데 유별히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줄이 있었다. 오늘 무슨 특별한 행사가 있나싶어 가까이 다가갔더니 그 줄의 끝은 담배판매 계산대인 것이 아닌가? 번듯하게 차려입은 신사, 숙녀들이 다들 즐겁고 행복한 표정들로 서 있는 모습을 보면서 순간 참으로 묘한 기분이 들었다(물론 뭔가 좋은 것이 있나싶어 쫓아간 나 자신에 대한 한심한 생각도 들었다). 그들의 표정에는 그동안의 즐거웠던 여행에 대한 행복감도 느껴졌지만 제주도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행운을 잡았다는 듯한 행복감도 섞여 있는 듯 했다. 요즘같이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 며칠간 제주도에까지 와서 휴가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혹은 업무상으로 출장을 왔건) 우리사회에서 상대적으로 혜택을 입은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담배가 가지고 있는 해악에 대해 모른다고 할 수는 없을 계층일 것인데 과연 어떤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질서정연하고 품위있게 줄을 서 있을까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작년에 멜라민 파동이 있었을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아무도 과자를 먹지 않았을 것이다. 쓰레기 소각장은 다이옥신의 배출 위험이 있다고 해서 대표적인 협오시설로 손꼽히고 있다. 과거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이 있었을때 전국적으로 얼마나 시끄러웠던가. 길을 가다가 매연을 심하게 내뿜는 자동차를 보면 누구나 상을 찌푸리곤 한다. 원자력 발전소가 아무리 경제성이 있다고 해도 방사능 유출의 우려 때문에 극구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우리가 먹는 음식물이나 마시는 공기에 조금이라도 유해한 물질이 들어있으면 국민들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정부는 초긴장을 하고, 그리고 언론에서는 대서특필한다. 이것은 바로 그러한 오염물질이 우리의 건강에 해를 미치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는 평소에 자신의 건강에 조금이라도 해로운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민감하면서 막상 이 세상의 어떤 물질보다 유해물질의 종류가 다양하고 그 농도가 높은 담배는 비싼 돈을 들여가면서 직접 사서 피우고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면서도 한편 담배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제주공항의 면세점은 규모는 작지만 나름 잘 꾸며져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화장품 매장 못지않게 화사하게 눈에 띄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담배매장이었다. 매장에 들어서니 미니스커트 차림의 예쁜 여자점원이 다가와 역시 화사한 웃음으로 반기며 어떤 담배가 필요한지 물었다. 미소로 대답을 대신하면서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매우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꾸며진 우리나라와 외국의 담배갑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진열대를 사진에 담아 그 언젠가 우리나라 담배에도 커다란 경고그림이 들어가고, 그리고 면세담배가 없어지고, 또한 먼 훗날 담배가 사라졌을 때를 생각해 지난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그러나 카메라를 꺼내는 순간 점원의 표정이 차가워지면서, 그리고 다른 점원들까지 몰려와 사진촬영이 안된다고 막아섰다. 그 이유는 잘 알 수 없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담배 계산대 앞의 줄은 계속 길어지고 있었다. 담배 한 보루에 7,630원의 돈을 아껴. 자신과 가족, 그리고 그 누군가 선물할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바꾸기 위해 그들은 행복한 표정으로 줄을 서 있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면세점의 홈페이지에는 화사한 담배갑의 사진이 17,370원의 가격과 함께 자랑스럽게 자리잡고 있다. [담배없는세상 2009년 8월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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