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빛깔로 멈추어 있는 단풍잎

잔잔히 떨고 있는 바람의 손길을 따라서

이렇게 아름답게 불타는 날이 있다는 걸

알려주며 지나가는 만추의 노을을 보았어요



억새의 머릿결에 볼을 비비다 무엇이 그리 좋은지

깔깔댈 때마다 흔들리는 노을 진 햇살을 바라 보면서

깨알은 다 내주고 편안히 서로 몸을 베고 누운 깼단 과

그루터기가 소곤소곤 나누는 향기로운 목소리를 들었어요



오색단풍과 헤어지면서 헤어질 때의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돌아눕는 높은 산 앙상한 구릿빛 등을 보면서 다시 오지 않으리란

예감에 종종대는 황홀한 저녁노을의 능금 빛 볼을 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