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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10년차 러너의 100km 울트라마라톤 완주기 상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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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10년차 러너의 100km 울트라마라톤 완주기
작성자 미니락 작성일 2023-07-28
조회수 1204 추천수 5

금연 3,780일차. 과거 20년간 2갑씩 피우다 2013년에 금길을 통해 평금에 접어든 만 50세 러너입니다.


평생 금연의 길로 인도해준 소중한 금연 길라잡이에 오랜만에 글 남깁니다. 금길공마 분들의 도전과 금연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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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금연에 성공한 후 여전히 숨쉬기 운동만 하던 저질 체력이었다.

40대 후반이던 2021년 가을. 2달간 만보걷기를 하다가 갑자기 달리게 되고 곧 마라톤에 빠져들었다.


5개월 후 42km 풀코스를 뛰고 매일 새벽 10km를 달릴 수 있는 체력이 생겼다. 러너가 된 후 3년차가 된 올해 2023년 4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담배연기로 가득 찼던 삶을 접고 새롭게 태어난 인생에서 만난 소중한 꿈 100km 울트라마라톤. 그 꿈으로 나를 이끈길잡이 세 분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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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느 러너의 울트라 마라톤 후기를 보다.


이번 청남대 울트라 마라톤의 여정은 1년 전인 2022년 4월, 어느 러너의 인스타 완주 후기에서 시작한다.


그의 100km 청남대 후기 글은 단번에 나를 사로잡았다. '언젠가 도전하겠다'는 나의 댓글에 '내년 청남대 대회'에서 만나자는 그의 답글은 '청남대'라는 세 글자를 내 가슴에 선명하게 새겨놓았다. 바로 그가 나에게 소중한 꿈을 선물해준 첫 번째 길잡이이다.


2. 울트라 마라토너, 딘 카르나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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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도서관에서 그를 책으로 처음 만났다.


책 울트라마라톤맨의 저자. MBA 출신으로 수십만 달러의 연봉을 받던 저자 딘 카르나제스는 서부 100마일(160km) 울트라마라톤에 첫 도전할 때, 출발선에서 이 말을 듣게된다.


"여러분 가운데 여러 사람이 결승점에 도달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노력과 결단에 박수를 보냅니다. 완주하지 못한다고 해도, 시도하는 용기를 지녔기에 언제나 승자로 나서게 될 것입니다.


성공한 분들의 경우, 다른 사람이 되어 결승선을 통과할 것입니다. 이번 경험으로 영원히 변화하게 될 것입니다. 내일이면 평생 알아왔던 것보다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게될 것입니다."


책을 읽다가 영원히 변화할 스스로의 모습이 너무 궁금했던 나는 울트라마라톤맨 딘 카르나제스가 느꼈던 그 경험을 직접 맛보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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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런클럽 10기 동기, 울트라 러너 미애님


진지하게 알아보다가, 문득 청남대 대회장까지 어떻게 가야할지 교통편이 난감해서 고민에 빠졌다. 그러던 22년 12월 어느 날 런클럽 동기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우연히 앞에 앉은 울트라 러너 미애님께 그 고민을 이야기하니 빵 터졌다. "그러니까 가서 100km를 어떻게 뛸까 고민하는게 아니라 대회장에 어떻게 가야할 지가 지금 미니락님의 고민이라는 거죠?"


머쓱해졌다. 내가 정작 고민해야할 것은 사실 교통편보다 어떻게 완주할 것인가 였는데, 가기만 하면 완주는 한다는 오만한 마음이었는지.


100km를 어찌 달릴까를 고민하지 않고 대회장 가는 차편부터 고민했던 나를 향해, 그런 문제들은 그 때 가면 다 방법이 생기니 걱정하지 말라는 그의 현실적인 조언에 자극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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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청남대 울트라마라톤을 신청했다.


입금을 안하고 간을 보다가 여차하면 취소하려는 간사한 마음을 이기려고 일부러 인스타에 신청기록을 인증하고 바나나런클럽 분들께도 첫 울트라마라톤 대회에 나간다고 홍보를 했다.


마음이 약해질까 바로 결제부터?하고 뒤돌아보지 않았다. 2023년 나의 러닝 목표에 크게 써서 인스타에 올렸다. 이제는 그냥 완주할 뿐이다. 배수진을 치고 마음 한 가운데에 청남대를 그려놓았다.


막연했던 나의 첫 청남대 울트라마라톤 도전은 위 세 분을 만나서 2023년 나의 구체적인 러닝 목표가 되었다.


사실 울트라마라톤은 처음이라, 무슨 훈련을 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몰라서 걱정도 적지 않았다. 막연하게 걱정만 하면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그러다 훌쩍 바빠진 일상과 업무, 3월 동아마라톤 풀코스 준비에 마음 속에서 청남대 울트라마라톤을 잠시 내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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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k 울트라마라톤 후기 #2. 뭘 또 사라고】


울트라는 생각지 못한 지출이 생긴다. 참가비, 체력, 정신력? 노노. 제한시간 16시간의 장거리 달리기의 준비물.


1. 안전용품


- 헤드랜턴 : 저번 야간 트레일러닝때 사둔 다이소표 랜턴은 어림도 없었다. 고민하다 트레일러닝 선배님들이 추천해주신 레드랜서 600루멘 제품을 샀다. 비싸서 망설였는데, 실전에서 그 위력에 감탄했다. 그냥 전방을 대낮처럼(?) 밝히고 그 범위도 넓고 중간인 250루멘으로 15시간을 버티는 울트라 랜턴이다.


- 후미경고등 : 나이트가드 제품으로 준비했다.


- 물집방지 양말 : 거금(?)을 들여 드라이맥스 제품을 샀다. 웃프게도 완주 후 보니 왼발 엄지에 큰 물집 하나가 잡혀있다. 첫 물집이다. 효과가 없었다고 생각하면 맘이 아프니까, 100km내내 수많은 물집을 방어하고 1개만 생기고 장렬하게 임무를 다했으리라 믿어보기로 했다.


- 러닝화 : 100km 로드 장거리라 뭘 신어야할지 고민했다. 호카 카본x3이 좋다고 하고 많이 신던데, 이런저런 추가지출이 있어서 참았다. 있는 신발 중 최근 가장 아끼는 써코니 엔돌핀 프로3으로 정했다. 나의 첫 러닝화가 되어준 써코니와 함께라면 힘든 레이스도 외롭지 않다.


- 헤어밴드 : 평소 쓰는 게 있지만 특별한 대회라 x-bionic 헤드밴드 T2 모델 구입(돈이..자꾸 들어감. 결국 러닝화 포기)


- 비상약 : 소염제(탁센)


2. 기록.보관


- 시계 : 지금 쓰고 있는 가민 245 제품이?16시간을 못 버틸까봐 고민이 많았다. 새로 사면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라 dnf까지 고민되던 절대절명의 위기. 다행히 스펙을 보니 gps모드에서 최장 22시간 버틴단다. 불안하지만 믿어보기로 했다.


- 허리벨트 : 네이키드 밴드 플립벨트를 사서 베스트에 필요물품을 넣기로 했다.


- 베스트 : 살로몬 센스프로5가 있어서 그냥 쓰기로 했다.


3. 에너지 : 바이탈솔루션 파워젤 6개, 파시코 파워젤 1개, 아미노바이탈 퍼펙트에너지젤 2개, 카카오 초콜렛(이건 써서 못 먹겠더라 ㅠ 실패)


4. 교통비 : 사당역에서 대회장 왕복 사설 셔틀 예약


5. 체력 : 스위트콘으로 3일 전부터 카보로딩


6. 정신력 : 이건 노하우가 없다. 삶이 견디는 삶이라.


7. 함께 : 동아마라톤 끝나고 뭘 어찌 준비해야 하나 멍때리고 있는데, 저번에 알게된 트레일러너 한 분이?단톡방에 초대해주셨다. 얼핏 지나가는 말로 청남대울트라 나간다고 말씀드렸는데 잊지 않고 챙겨주셔서 큰 도움 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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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k 청남대울트라 후기 #3. 매니아들의 축제! 청남대 입학식】


드디어 4월 8일 토요일 아침 10시 30분. 서울 사당에서 미니버스를 타고 청남대로 출발했다.?버스에서 보니 대부분 나보다 연장자라 거의 막내급이다.(나도 먹을만큼 먹었는데, 정말 놀랐다.)


오후 1시. 출발 3시간 전 대회장에 도착했다.


중간중간 체릉클럽 러너분들과 단톡방에서 서로의 위치를 알리고, 같이 뛰기로 한 러너를기다린다. 시간이 남아 먼저 동아마라톤 이후 행운의 경기복이 된 빨간 레깅스로 갈아입었다.


바람이 세차고 날이 추워서 싱글렛은 무리다.?미련이 남아서 혹시라도 나중에 아주 더워지면 겉옷을 벗고 입으려고 속옷 대신 싱글렛을 입었다. 긴팔과 바람막이를 입고, 혹시 몰라서 베스트에 바람막이를 하나 더 넣었다.


허리밴드와 베스트에 비상식량 카카오 초콜릿과 떡, 에너지젤 7개, 보조배터리, 휴지, 물티슈, 비상약(탁센), 서바이벌키트, 셀카용 거치대, 갈아입을 반팔, 속옷, 양말, 지갑을 우겨넣었다.


응? 배번이 두 장이다.


잠시 고민하다 하나는 몸에, 하나는 물품보관 봉투에 붙이는거로 착각했다.(알고보니 앞에 하나, 뒤에 하나씩 다는 용도. 완전 초보티 팍팍. 등에 배번 다느라 끙끙대니 주변 선배가 그냥 세로로 달아도 된다고 ^^;)


제일 어이없던 준비물은 다이소표 셀카용 거치대.


100km를 달리다가 중간중간 벛꽃 사진을 찍을 일이 있지 않을까? 힘들게 달리시는 다른 러너 분들께 사진 부탁은 무리라서 셀카 타이머를 맞추고 찍을 수 있게 해주는 미니 거치대를 챙겼다. (하지만, 울트라마라톤에서는그렇게 거치대까지 쓸 살판난 상황이 없다는;;)


베스트와 러닝벨트에 짐을 넣고 보니 은근히 복장이 무겁고, 베스트 양쪽에 500미리 물을 넣고 가야해서 조금 힘들었다. 머리엔 헤드랜턴을 쓰고, 후미경고등을 허리춤에 차고 준비를 마쳤다.


함께 도전할 파트너, 순철님이 도착했다.


그는 나와 비교가 안되는 찐 운동인이다. 바나나런클럽에서 같이 훈련하며 친해진 동생. 서로를 잘 알지만 지금까지 밤낮을 안자고 달려본 경험이 없고 풀코스를 넘는 장거리 도전은 처음이라 걱정이 많았다.


둘러보니 대다수가 나이가 있다.(뛰는데 뒤에서 곧 24시간 대회 있어서 몸풀러 가볍게 나왔다고. ㅋㅋ 어르신. 런린이 기죽이시려고..)


베스트도 없이 그냥 한가득 무거운 등산 배낭에 삼다수 물을 손에 들고 뛰시는 분, 러닝화도 우리가 흔히 아는 그런(?) 러닝화도 잘 보이지 않는다. 무림고수들이 슬리퍼 신고 추리닝입고 대회장에 어슬렁거리며 나타난 느낌?


젊은(?) 러너들은 특정 런크루에서 오신 분들 같았다.?트레일러닝 대회 때도 '매니아들의 모임' 느낌이었는데 울트라는 더욱 그런 느낌이다.


오후 3시. 대회 1시간 전.


고수들의 잔치. 드디어 시작이다. 조금씩 가슴이 떨리기 시작한다. 우아하게 잔치를 맛볼 것인가 탈탈 털려서 잔칫상 위 요리가 될 것인지?100km가 지나보면 저절로 알게 되겠지.


뒤늦게 대회장에 가니 피트니스플레이 분들과 순철님이 포토타임 중. 낯가림병에 도망가려 했다가 피플도 함께 하는 순철님에 붙잡혀 고피디님과 인사하고 같이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5!

4!

3!

2!

1!


100km 대장정의 시작! 다들 살아서 다시 만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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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k 청남대울트라 후기 #4. 그녀를 쫓지마】


우르르 출발! 달리기 시작하고, 우리는 곧 청남대 입구를 지난다. 울트라 선배의 조언을 떠올렸다. 하나는 정신력, 다른 하나는 잘 먹기. 그리고 심박수만 체크하면서 가라는 말.


사실 630페이스로 갈까 생각했는데, 동반러너 순철님은 피플 여성러너 두 분이 6분 페이스로 가기로 했으니 우리도 따라 가잔다. 불안했다. 6분으로 100km를? 걱정을 안고 세 분들 따라 나섰다.


말복언니는 전에 장거리 훈련 때 전투적으로 뛰시는 모습을 봤기에,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옆에 계신 체력부자님도 너무 가볍게 뛰셔서 감탄하며 뒤를 따랐다.


근데 이분들? 넘 빠르다? 내리막길 막 쏘고 앞으로 치고 나가는데, 벌써 힘들다. 530 페이스? 이게 동마인가 울트라인가 혼미하다. 가민을 보니 심박수가 155를 넘어섰다. 불안하다. 이대로 가면 무조건 퍼질텐데.


신호를 보냈다. 빨라! 빨라! 안돼!


편안하게 옆에서 달리던 짝꿍은 여유로웠다. 헉. 아무래도 더 가면 퍼질 것 같았다. 알아서 따라갈테니 앞의 두 분과 먼저 가라고 했더니 죽어도 같이 간단다.


고맙고 미안하다. 5km 쯤 앞 두분과 헤어진 후 10km와 하프 쯤 cp에서 숨돌리고 급수를 했다. 초반 오버페이스에 힘들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우리 10km마다 거치대 세워놓고 어떻게 변하는지 사진을 찍을까라며 여유를 부리다 밀어닥치는 업힐에 털리기 시작하면서 말없이(?) 달렸다.


문득 떠나기 전 단톡방에서 받은 수많은 응원, 바나나런클럽 훈련 때 받은 코치님의 하이파이브, 궁금해할 인친님들이 떠올라서 가슴이 벅찼다. 내가 잘나서 뛰고 있는 게 아니라 함께 해주는 분들이 있어서 뛰고 있을 뿐이다.


불과 2년 전, 야근에 찌들어 걷기도 싫어하던 나였다.


운동 좀 하라고 떠밀면 러닝머신 10분도 겨우 걷고 컵라면이나 먹고 들어오던 내가 지금 엘리트 출신 운동코치 옆에서 뛰고 있다는 것, 그와 나란히 발맞추어 처음으로 울트라에 함께 도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감동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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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에 진심, 먹지마! 인증 전엔】


소중한 분들께 우리가 잘 해내고 있다고 알리고 싶었다.?거치대를 꺼내 중간중간 사진 찍을 정신은 없는데, 어떻게 중간중간 소식을 전할까 고민하다 문득 좋은 생각이 났다.?순철아! 우리 앞으로 들리는 cp마다 사진을 찍자. 거기 계시는 분께 부탁드려서. 


36km cp에 도착했다. 풀코스라면 아주 고통스러운 구간이다. 바나나 간식을 들고 V를 만들고 찍었다. 순철은 배가 고프니 cp에 도착할 때마다 바로 먹으려고 하고, 나는 먹지 못하게 말리면서 카메라부터 꺼낸다 :) 그 정신에. ㅋ


잠시만. 인증부터 하고 먹자.


ㅋㅋ 배고픈 그를 말리고, 나도 먹는걸 참으며 cp 인증사진을 찍고 인스타 스토리와 단톡방에 올린다. 태그까지 달고 있는 내가 대견하다.


【cp만 생각하자. 다음 cp까지만】


42km를 지나며 우리는 괴성을 질렀다.


와! 최장거리다. 해가 지기 전 마지막 자연광으로 사진을 찍은 후 계속 달렸다.


어느새 우리는 각자의 최장거리를 훌쩍 넘었다.


드디어 52km 지점 cp다. 이제 절반 왔다.

5시간 20분째 달리는 중. 바람은 매섭고 차갑다.


소문으로 듣던 전설의 미역국이 우릴 반긴다.


드디어 먹는 제대로 된(?) 식사. 너무 먹으면 퍼질 것 같아서 김치는 손 안대고 미역국에 밥을 말아 먹었다. 손이 시려웠던 순철은 매점에서 장갑을 사고 다시 출발한다.


요령이 생겼다.


100km를 어찌 가나 생각만 하면 금방 정신이 혼미해지니, 거리를 잊고 다음 cp까지만 가자고 목표를 바꿨다.?다음 cp에서는 뭘 먹을까? 이 생각만 하며 서로의 숨소리에 기대어 힘든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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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k 청남대울트라 후기 #5. 나는 너의 눈, 너는 나의 발】


왜 울트라마라톤은 페이스메이커가 없을까?


생각해보니, 이 정도(?) 장거리 대회는 기본적으로 풀코스 이상 완주러너들 대상이니 굳이 페메는 불필요하거나 굳이 페메를 10~15시간씩 해줄 러너가 없어서인지 모른다.


홀로서기를 넘은 찐러너들의 대회랄까.


평소 나는 동반주는 펀런에는 좋지만, 자신을 깊게 만드는 러닝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왔다.?솔직히 이번 울트라에 도전하면서, 멘탈은 강하니(이건 무슨 자신감 ^^;) 완주 성공은 예기치 않은 부상이나 변수에 달렸다고 생각했다.


독해지기 위해 혼자 달려야 한다고 믿었다.


함께 달리면 자꾸 서로를 의지하게 되서 오히려 마음이 약해질지 모른다는 걱정과 불안도 있었다. 기댈 곳이 없어야 한다는 평소의 내 마음가짐과 레이스에 온전히 집중하려는 마음으로.


솔직히 내가 동반주자보다 빠르거나 느려서, 레이스 내내 서로에게 불편을 주거나 서로가 달리기 그 자체가 아닌 곳에 정신을 분산시켜서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못된(?) 마음도 있었다.(혼영을 할 때 온전히 영화에 빠져드는 느낌 ^^;)


동반주자로서 나의 장점은 포기하지 않는 마음과 랜턴(?), 꾸역꾸역 달려내는 체력과 지치지 않는 인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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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동반주는 서로를 성공으로 이끈다】


준비한 랜턴은 화력이 좋았다. 나는 그의 눈이 되었다.


15시간을 중불(?)로 앞을 내리 비추는 레드랜서. 밤에 걷고 있으면 뒤에서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비추듯 우리가 달려가면 전방이 환히 밝아졌다. 옆의 그가 바닥 이물질에 다치지 않을까 달리면서 고개를 그가 있는 방향으로 향하곤 했다. 나와 달려준 그에 대한 감사를 담아.


그는 타고난 운동인이다. 그는 나의 발이 되었다.


야속할 정도로 효율적으로 달리기를 이끌었다. ^^; "오르막이다! 이제 걸을 수 있다!"라는 내 바램과 달리 그는 "뛰죠! 경사로에서 밀릴 때까지" "추우니까 뛰죠!" "이제 뛸까요?" ㅋㅋ 그냥 이유대지말고 뛰자고 해라. 이 인간아. ^^;


코딱지만큼 걸은 것 같은데 또 뛰잖다.


가끔은 이 인간을 먼저 앞에 보내고 편안하게 혼자 실컷 걷고 싶다는 못된 생각도 불쑥 들었다. 솔직히 혼자 달렸으면 걷는 거리가 2배는 되었을 듯.


맘을 비웠다. 그가 "뛸까요?" 하면 "그래. 산보 나온건 아니잖아."하며 무거운 다리를 들어 올렸다.?


오르막에서 내가 큰 보폭으로 가려고 하면 그가 "쪼개서. 쪼개서"


무지막지한 오르막을 몇 천번(?) 쪼갰는지 모른다. 안 쪼개고 걸으면 안될까 싶은 곳도 이 쪼개기 선수 덕분에 장작을 잘근잘근 패듯이 잘 넘어갔다.


내 속마음은 '이 인간아. 고마해라. 많이 쪼갰다. ㅋㅋ'


우리는 말없이 조용히 달렸다.


진공상태를 지나는 듯한 어둠과 고요함. 걷는 사람의 불빛. 우리의 발소리. 하늘에서 고요히 오르막길을 쪼개고 있는 두 나뭇꾼을 내려다보는 달빛.


나는 너의 눈. 너는 나의 발.


13시간 동반주를 통해 나는 배웠다.?

어떤 동반주는 서로를 성공으로 이끈다는 것을.


【100k 청남대울트라 후기 #6. 7대 맛집. cp투어】


♡하나. 11km 산덕리마을 : 물, 방울토마토 맛집


이렇게 빨리 급수가 가능하다니, 무겁게 500cc 물통을 꽉 채워서 두 개나 들고 뛸 필요가 없었다. ㅠ 체력이 남아도냐! 물 1리터를 꽁으로 들고 뛰다니!


♡둘. 22km 남대문교 공원 : 물, 꿀떡 맛집


11km만에 급수. 준비해주신 희고 분홍빛 꿀떡은 말 그대로 꿀맛이었다. 이제 하프 정도 왔을 뿐. 업다운이 80% 평지가 20% 정도인 코스라 잘 걷고 잘 뛰고 잘 먹고!.


저녁 7시가 조금 넘으니 날이 어두워진다. 장갑을 끼지 않으면 손이 시려울 정도의 바람. 추위가 지배하는 밤이 찾아온다.


♡셋. 37km 답양 3교 : 물, 바나나, 콜라맛집


<저녁 8시 12분, 출발 4시간 12분 경과> 슬슬 지치는 거리다. cp에 놓인 바나나를 보니, 여기까지 나를 성장시켜준 우리 바나나런클럽이 생각나서 뭉클했다.


순철과 바나나 반쪽을 맞대고 하트를 만들어서 인스타 스토리에 올렸다.(그 와중에 연진코치님과 써니매니저님 태그까지.? ^^;) 바나나 화이팅! 콜라도 한 잔 마시고 다시 바나나 스피릿으로 출발!


♡넷. 51km 차정사거리 : 물, 미역국 맛집


<저녁 9시 58분. 출발 5시간 58분 경과> 여기까지가 딱 절반이다. 유일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곳. 미역국 먹으러 청남대울트라에 간다던 인친님 말씀처럼 나도 미역국을 기다렸다.


소화 안될 수 있으니 김치는 빼라는 옆 시어머니에 그냥 맨 미역국에 밥을 말아 먹었다. 배부른 러너는 뛰지 못하니까 정말 최소한의 요기만 하고 조심했다. (주는대로 다 먹고, 먹고싶은 대로 다 먹지 않기! 뭐 위가 튼튼하신 분은 세 그릇씩 드시길 ^^;)


땀이 식으며 추위가 몰려왔다.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부턴 다리가 낮게 끌리고 피로가 몰려온다. 추위도 매섭게 느껴진다. 이젠 100을 지우고 다음 cp까지만 가기로 했다.


♡다섯. 63km 적음삼거리 : 물, 꿀물, 에너지바 맛집


<밤 11시 45분. 출발 7시간 45분 경과> 힘들다. ㅋㅋ 에너지바는 몸에서 땡겨하지 않아서 인증사진 용으로 집어들었다가 다시 내려 놓았다. 꿀물 한 잔은 정말 꿀이다. 이제부턴 그냥 가는거다. 전략이고 x랄이고 다 필요없다. 다시 고고!


여섯. 76km 고석삼거리 : 물, 초코파이, 콜라, 커피


<새벽 1시 19분. 출발 9시간 19분 경과> 로드용 카본화 써코니를 신고 포어풋 주법으로 뛰고 있어 발바닥 앞쪽에 데미지가 크다. 발이 아프니 자연스레 미드풋이 된다. 발은 고통을 분산시키려 스스로 발바닥 전체로 부하를 나누려 애쓴다.


초코파이는 정말 신의 한 수다. 진짜 달고 녹아내린다. 군대에서 뺑이치다 맛본 그 초코파이 맛. 신의 맛이다. 초코파이 반쪽을 맞대고 인증사진을 찍고 게눈 감추듯 흡입한다. 3쪽은 먹은 듯하다. 고통을 감싸는 달콤함.


이제 가장 높은 고개가 눈 앞에 기다린다. 피반령 고개. 이 고개를 넘으면 청남대울트라의 마지막 cp가 기다린다. cp. cp만 생각하자. 9km만 더.


어차피 오르막이라 대부분 걷고 있었다. 이제 안 뛰고 실컷 걸을 수 있으니 더 편하겠다는 내 속마음이 들켰는지 옆에서 뛰잖다. 뛰는 사람 있으니 우리도 뛰자고. 고갯길은 지루하게 길고 잠이 쏟아진다.


자꾸 뛰자고 갈구던(?) 옆 러너도 말없이 조금씩 앞서가다가 졸음 탓인지 옆으로 왔다갔다 컨디션이 좋아보이지 않았다. 겨우 따라잡고 나란히 옆에 섰다.


그에게 물었다. 어때? 너무 졸려요. 나도 비몽사몽 사투를 벌이고 있었지만, 졸음으로 힘들어 하는 그가 안쓰러웠다.?


손을 뻗어 그의 손을 꽉 잡았다. 그렇게 한참을 의지하며 졸음을 이겨내고 피반령 고개를 넘었다. 고개를 넘으니 동호회 자봉단이 있어 믹스커피를 구걸해서 나눠 마셨다^^;


일곱. 85km 인차삼거리 : 물, 오뎅, 커피


<새벽 2시 48분. 출발 10시간 48분 경과>


cp가 있어 참 다행이다. 진짜 뜨끈하고 맛난 오뎅탕이 기다리고 있다. 너무 맛있고 감사했다. 오뎅국물에 취한 옆 러너가 국물 리필하고 마시다 델 뻔도 하고. 준비한 떡도 여기서 먹었다.


이젠 cp는 없다. 다시 발을 들어 올린다.


이젠 혼신의 힘을 다해 스스로를 믿고 마지막 15km를 달려야 한다. 우리의 남은 인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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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k 청남대울트라 후기 #7. 노라조와 울트라맨】


출발 전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 때 나는 서울에서 청남대로 오는 차 안에서 노라조의 노래 '형'을 듣고 있었다.

깊은 잠에 빠진 러너들 틈에서, 나는 잠이 든 척 눈시울을 붉혔다.

사실 이 노래는 100km를 달리다 도저히 못 달리겠다고, 포기하려는 마음이 들때 꺼내 들으려고 준비한 노래였다.


뛰기 전부터 벌써 이렇게 먹먹하다니... 

이 노래는 진짜 다 와서 죽을만큼 힘들 때에만 꺼내 들어야겠다고 굳게 다짐해본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남은 거리는 이제 15km.


더 이상 기댈 cp는 없다.

뛰는 내 다리가 마치 자동으로 회전하는 자동차 크루즈 모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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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38분, 출발 후 11시간 38분 경과>


90km! 반가운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가슴이 벅차서 동반러너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 여기서 사진 한 번 찍고 갈까?" "네, 형님!" 포즈를 잡고 90km를 가슴에 새기며 각자 인증한다.


다시 발을 옮긴다. 이제 마지막 10km만 더.


하지만 메비우스의 띠에 올라탄 듯 거리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그냥 걷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감싼다. 끝은 있을까. 끝이 어딜까.


7km쯤 남았을때, 청남대 울트라 선배에게 들었던 말이 기억났다. 청남대로 다시 돌아오는 마지막 길이 그렇게 지루하고 힘들다는 말. 정말 그 말이 정답이다.


맞다. 시지프스의 형벌이 아마도 이런 느낌일까? 괴로워하며 지친 발을 들어 올리는데, 반대편에서 차가 지나간다. 차의 창문을 열고 누가 큰 소리로 부른다.?누구지? 비키님이다!?어려운 자봉을 선택해준 비키님이 멀리서 응원하며 헤드라이트를 비춘다. 마치 에스코트를 하듯 그의 불빛은 우리의 등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그 마음이 고마워서 계속 쉬지않고 달리리라 다짐하지만 그 결심은 잠시일뿐 오르막은 우리를 다시 걷게 만든다. 잠시 후 헤드라이트 불빛은 사그러들고, 우리는 또 어둠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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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민에 100km가 찍히던 순간】


졸립고 지친다. 겨우 뛰고 있다.


순철은 20미터 앞쪽에서 뛰고 있고 나는 걷고 뛰며 그 뒤를 따른다. 문득 가민 시계를 보다가 나는 다시 힘이 솟았다. 시계는 어느새 99km를 가리키고 있었다.


곧 가민에 처음으로 100km란 숫자가 찍히겠지. 그 기념비적인 순간을 기록해야겠다! 인증 스피릿으로 정신을 차리고, 핸드폰을 꺼내 가민을 찍기 시작한다. 천천히 걷고 숨죽이며.


99.8km...

99.9km...


100km다!


♡새벽 4시 46분, 출발 12시간 46분 경과


나는 환호성을 지르며 이 순간을 만끽한다.


완주까지는 남은 거리는 아직 2.7km. 67~69km에서 길을 헤맨 탓인지 102.7km를 뛰어야 결승점에 도착하게 된다.


묵언수행을 하듯 발걸음을 옮겨본다.

이제 2.7km만 더 가면 완주. 완주. 완주.


청남대 표지판은 아까 지난 것 같은데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서두르면 13시간 전에 도착할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죽어라 뛰어볼까?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잠시 걷자. 지친 다리를 쉬어가며 행복하게 완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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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 누군가의 뛰는 발소리】


살짝 오르막길이 나온다. 말없이 잠시 걷고 있는데 뒤에서 뛰는 발소리가 들리고 곧 우리를 스쳐 지나간다. 나이든 선배 러너의 마지막 스퍼트다.?그렇다. 그는 전력질주를 하고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같은 생각을 했다. '뛰자. 우리도.' 그 뒤부턴 걷다가도 뒤에서 뛰는 발소리가 들리면, 뭔가에 홀린듯 다시 뛰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뛰는 소리는 우리를 다시 뛰게 만든다.

지금이 바로 준비했던 노래가 필요한 시간이다.


형, 노라조, 울트라마라톤맨.


더 울어라. 젊은 인생아. 져도 괜찮아. 넘어지면 어때. 살다보면 살아가다 보면 웃고 떠들며 이 날을 난 추억할테니.


다시 뛰자! 드디어 이제 코 앞이 정문이다.

102km의 뜨거운 대장정이 드디어 저물어가고 있었다.


【100k 청남대울트라마라톤 후기 #8. 결국엔 우리는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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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불빛이 어른거린다. 다리에 힘이 난다. 다왔어. 다왔어! 힘내자!

머리에 두른 두 개의 헤드랜턴이 나란히 어둠을 쏘아보듯 앞으로 향한다.


결승선까진 앞으로 100미터 남짓.


OO님 맞지? 맞아요! 함께 달려온 동반주자를 반기는 따뜻한 목소리과 완주자를 애타게 기다리는 분들의 따뜻한 환호성이 귓가에 들려온다.


눈앞에 레드카펫이 보인다. 나는 속도를 줄여 그의 뒤로 한 발 물러섰다.


100km를 쉼없이 달려낸 그를 위해 혼자만의 피니시를 선물해주고, 그를 기다려준 소중한 분들과 오붓하게 기쁨을 나눌 시간을 선물하고 싶은 배려의 마음으로.?그는 뒤로 물러난 나를 보고, 다급히 손을 내민다.


아니. 같이! 같이 들어가야죠! 그 말에 뭉클해진 나는 그의 손을 꽉 붙잡았다. 우리는 잡은 손을 위로 번쩍 들고 소리를 지르며 100km 울트라마라톤 결승선을 통과했다.


꽃다발을 안고 사진을 찍었다. 해냈어! 우리가 해냈다고! 너랑 나랑 둘이서!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안았다.


총 102.74km 완주. 소요시간 13시간 9분.

4월 8일 토 오후 4시 출발. 현재 시각 일욜 새벽 5시 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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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인내가 있었는지?어떤 간절함으로 달려왔는지 우리는 안다.

특히 컨디션이 좋지 않아 동아마라톤 이후 말수가 적어지고 표정이 어두워진 그가 대회 전까지 계속 마음에 걸렸다. 이번 대회는 그런 그를 위해서라도 후회 없도록 모든 것을 쏟아내야 했다.


나는 동아마라톤 전부터 계속 야근에 시달렸다.


청남대 울트라가 있는 주중에도 쏟아지는 업무로 매일 야근을 하며 2일 전부터 옥수수캔을 먹으며 무늬만 카보로딩을 하기 급급했다. 무엇보다 가보지 못한 거리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컸다.


예를 들면 이런 두려움. 100km를 완주하려면 최소한 70km LSD는 해야한다던데, 최장거리 52km인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나의 발과 몸이 그 이상 버틸 수 있을까.?그 긴 시간동안 배탈이 나지 않을까. 공복에만 뛰곤 했는데 식사를 하고 바로 계속 달릴 수 있을까. 동반주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물집이 잡히거나 쓸리지 않을까 등등.


사실 모든 질문은 결국 하나였다.


* 내가 정말로 해낼 수 있을까?


이제 그 질문에 새로운 질문으로 답해본다.


* 내가 누군가의 성공에 기여할 수 있는가?


예전에 나는 멘탈과 체력만이 완주의 조건이라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함께 달려준 동반주자. 인스타와 단톡방, 오프라인에서 보내준 수많은 용기와 응원의 힘. cp의 음식과 봉사해주신 분들. 평소 훈련으로 나를 단련시켜주신 바나나런클럽, 코치님과 매니저님, 함께 달린 선배님들. 실시간으로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


그들이 없었다면, 나의 완주도 없었다.


나는 나 자신을 테스트하기 위해 청남대에 왔지만,

감사함과 새로운 질문을 가슴에 안고 이곳을 떠난다.


p.s. 당신은 누군가의 성공에 기여한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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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서른 살 생일파티가 벌어지던 날 밤, 낡은 운동화와 팬티 한 장만 걸친 채 나는 밤새 달리고 또 달렸다. 터질듯한 심장과 뒤틀린 근육, 피범벅이 되어 짓무른 발. 그러나 이것이 내가 그토록 열망했던 순간이라고, 지금 여기가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고, 삶은 내게 속삭였다."


- 울트라마라톤맨 딘 카르나제스 -


그는 묻는다.


나는 무엇으로부터 달려가고 있는가?

나는 누구를 위해 달리고 있는가?

나는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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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달리는 이들에게는 사연이 있다.


나는 달리면서 외로움과 아픈 마음을 보듬고,

달리기를 통해 나를 아끼고 사랑하게 되었다.


이제 나는 안다.


달린다고 모두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달려야만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오늘도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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