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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으로 새롭게 살아나서 상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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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으로 새롭게 살아나서
작성자 min 작성일 2021-02-25
조회수 2944 추천수 8

깊은 밤.

홀로의 다락방.

 

4B연필을 깎는다.

사각사각, 소리가 감미롭고

잘게 잘린 나무 향이 향불보다 맑다.

 

자그락자그락, 연필심을 가늘게 빚는다.

흑심(黑心)의 아집(我執)

가루로 멸()한다.

 

책을 펴면 도도하게 흐르는 문장.

거스르지도 떠밀지도 않는다.

흐름에 텅 빈 뇌를 맡긴다.

 

목적이 없으니 집착도 없다, 그저 즐기는 것이다.

 

책을 넘기다 나오는 풍광사진을 정성껏 모사(模寫)한다.

형태를 잡아내고 그림자로 깊이와 부피를 넣고

표정을 넣으며 그림의 삼매에 든다.

 

지혜를 탐하지 않기에 수행이 아니며

깨침을 향하지 않으니 선정도 아니다.

 

밤을 흐르는 흑연.

밤의 물에 천 번 멱 감으면

빛이 있기 전의 빛, 검정으로 돌아가려나.

 

연필 깎아 향불 올리고

적정(寂靜)의 물에 드는 밤,

입류(入流)”의 밤이 찰랑거린다.

 

-------

 

그렇게 살고 있다.

술과 운동과 사람을 보내고

빛 바란 옛 책과 대금을 벗하며.

코로나가 내게 준 밤의 시간이 익숙하다.

 

홀로의 시간이란 무엇인가.

나만의 즐거운 몰입이거나

나와의 조화로운 투쟁이다.

 

==========================

 

15년 하고도 훨씬 전. 첫 금연을 시작할 때.

둬 달 남짓은 사람을 피했다, 금연에만 몰두하기 위하여.

홀로 마시던 술, 홀로 중얼거리던 언어, 홀로 이겨낸 하루에 감격하며.

 

그때는 죽음과의 전쟁이었으며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기에 처절했다.

지금은 푸른 이끼 곱게 두르고 가끔 붉은 꽃 내는 고목으로 즐겁다.

 

금연은 가슴 밭에서 독초인 담배를 뽑아내는 작업이어서

뽑아낸 자리는 황량하고 음산한 바람만 불겠지만

이내 무의식의 씨앗이 떡잎을 낼 것이다.

 

금연의 전쟁이 담배를 멸절시킨 자체만으로 끝난다면 너무 허망하지 않은가.

 

마음 밭을 가꾸는 농부는 키우는 자체만이 즐거워

결과를 잊은 채 까닭 없는 까닭으로 즐거운 것이다.

 

금연; 다시 사는 삶이다, 내가 나를 낳는 과정이다. 합장~~

 

(며칠 잘 머물렀다가 떠납니다. 저는 잊어 떠난 자라서 옛집에 오래 머무를 순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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