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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100일, 그 낯설고도 뿌듯한 백번의 하루. 상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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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100일, 그 낯설고도 뿌듯한 백번의 하루.
작성자 더피고사리 작성일 2020-10-30
조회수 3507 추천수 6
절대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단어와 날짜의 조합, 낯설고도 뿌듯한 백번의 하루. 이런, 금연 100일째를 맞았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스스로 대견하다 대견하다 꼬옥 꼭 끌어안아 주었습니다. 지난 8월 금연 30일째 글을 남기면서 60일째에 다시 글을 남기겠다고 약속했었지만, 정신없다는 핑계로 날짜를 넘겨버리고선 차라리 100일째까지 기다렸다 글을 남기기로 결심을 했더랬지요. 글의 약속은 못 지켰지만, 금연의 약속은 계속 지켜오고 있었습니다. 하루씩 지나면서, 점점 날짜 세는 것을 잊을 만큼 어쩌면 금연이 조금씩 자연스러워지고 있는 것 같아서 참 다행입니다. 흡연 욕구는 여전히 불쑥거리지만, 확실히 흐릿해지기도 했거니와 이제는 이전보다 유연하게 흘려보낼 줄도 조금은 알게 된 것도 같습니다. 아직 확신이라기보다 의지에 가깝지만요. 그동안 술에도 흔들리지 않고, 지인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허전한 틈, 잔여의 습관, 몸이 반응하는 계절의 공기 등에도 무던하게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그건 본인의 금연 의지만 머리와 마음속에 뚜렷한 형태로 그려놓는다면 가능한 일인 것 같습니다. 어려운 것은 의지 자체가 아니라 그 의지의 형태를 자신에게 새겨 넣는 일이겠지요. 저는 우연한 기회(사랑니 발치)에 금연을 시작했고, 그 우연이 오히려 굳건한 결심에 힘을 실어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대단한 것이 아닌 시작이 거창한 말로 포장된 시작보다 훨씬 더 체감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담배 없인 못 살고 흡연이 모든 행위의 기준이 되었던 제가 이렇게 100일이나 금연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금연은 충분히 가능한 일임을 뜻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말 믿으셔도 됩니다. :) 한 번은 지인의 작업실에서 여럿이 술을 마시게 되었는데, 본인의 공간이니 흡연자들은 그 자리에서 마음껏 흡연을 즐기더군요. 7명 중 4명은 흡연자였고, 저를 포함한 나머지 3명은 모두 흡연자였다가 금연 중인 상태였는데, 그중 한 명은 결국 못 참고 다시 담배를 피우고 말았습니다. 저는 끝까지 참았는데, 처음에는 담배 냄새가 뭔가 반가웠지만, 나중에는 그 퀴퀴한 공기가 못내 괴롭더군요. 예전 술집이나 카페에서 담배를 필 수 있던 시절이 떠오르며 그동안 흡연자로서 저지른 모든 과오가 떠올라 더 힘이 들었습니다. 저와 함께 했던 수많은 비흡연자들이 얼마나 말 못 할 괴로움을 느꼈을지 이제야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흡연 욕구를 참는 것보다 그 과오에 대한 괴로움과 미안함을 온전히 바라보는 것이 더욱 버거웠습니다. 그래도 잘 참았지요. 그날, 돌아오는 길 스스로를 많이 칭찬해줬어요. 그 경험은 이후로의 양분이 되어 금연에 더 큰 자신감을 실어주었습니다. 그사이 결혼도 했습니다. 지난주 토요일, 코로나로 인해 지난 1년간 준비했던 식을 결국 취소하고 가족끼리 조촐한 모임으로 진행했어요. 혼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금연만큼 좋은 혼수가 어디 있겠냐고, 그만큼 좋은 결혼 준비가 어디 있겠냐고. 다시 한번 스스로 대견하다 토닥토닥. 금연에 살은 많이 찌게 되었어요. 한 8킬로 정도는 불었습니다. 무엇보다 식욕을 참을 수 없게 된 것이 가장 큰데, 또 이것을 무조건 금연 탓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거예요. 금연 전 하던 운동도 귀찮다는 핑계로 점점 안 하게 되고, 담배 대신이라며 마치 보상 심리처럼 맥주도 밤마다 많이 먹었거든요. 금연으로 인한 무력감이 초반에는 강렬했지만, 지금도 그렇다고 볼 수는 없는데 저도 모르게 금연 핑계로 내버려 두고 있는 게 많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금연을 모든 생활의 탓으로 돌리는 것 자체가 흡연을 생활과 밀접화 시킨 과거의 습관을 답습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11월부터는 이전의 루틴을 다시 만들어가려고 계획 중에 있습니다. 다시 정상 체중을 찾고 몸도 탄탄하게 만드는데, 담배도 안 피우는 상태라면 얼마나 몸이 가벼울지 상상만 해도 즐겁네요. 금연은 무조건, 무조건 좋습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나쁜 게 하나도 없거든요. 흡연 욕구 참는 게 힘들긴 해도, 태어나면서부터 담배를 핀 건 아니기에 금연은 당연한 거고 또 그렇기에 자연스러운 상태인 것이겠죠. 예전에는 담배 예찬론자였습니다. 장문의 글로 담배의 유익함에 대해 떠벌이기도 했고, “흡연은 죽음으로 가는 즐거운 길이다.”라는 둥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은 인생의 참 맛을 모른다.”라는 둥 참 별스럽지도 않은 말도 많이 하고 다녔죠. 그런 제가 이제 금연을 합니다. 벌써 100일이 되었습니다. 과정이 힘들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지나고 보니 또 별 것 아니긴 합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그리고 참 좋은 일이고요. 금연을 하면서 들었던 가장 좋았던 말이, “당신과 담배는 거의 동의어였는데, 그런 당신이 금연을 하다니 참 낯설다. 그치만 너무 좋아 보인다. 멋있다” 였습니다. 문득 그렇게 생각해도 좋을 것 같아요. 태초의 비흡연자는 그냥 비흡연자이지만, 흡연의 경험이 있는 금연자는 그것만으로도 ‘멋진 사람’으로 불릴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거라고요. 물론 궤변이지만, 이런 하나하나의 문장과 그로 인한 마음가짐은 금연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아직 100일이면서 벌써 100일입니다. 걸어갈 길이 많지만, 걸어온 길도 뚜렷한 발자국을 남겼어요. 영원히라고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지만, 최대한 멀리 걸어가 보려 합니다. 우리, 이 길 함께 걸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이 긴 글은 결국 이 말을 함에 있었겠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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