둬 해 전, 해금 전공하는 지인을 우연히 만났는데

내게 해금을 배워보라고 권하며 말한다. :

호흡이 짧거나 손의 힘이 없어도

죽는 날까지 곁에 두고

탈 수 있으니,

그대의 반려(伴侶)로 삼을 만하니 어떠한가?

나는 배우고 익히는 대나무 악기도 벅차서 고사를 하였는데

반 년 전, 다시 만난 그가 재차 해금 배우기를 권하는데

진심이 담긴 그의 말에 일단 배워보자고 하였더니

기꺼이 그가 아끼던 해금을 빌려주었다.

몇 달의 배움 뒤에 포기를 하였으나

악기가 성량이 풍성하고 깊은 울림이 있어

검객이 아니어도 명검을 보면 탐이 나듯

악기가 마음에 들어 내 소유로 만들었다.

나의 해금, 곁에 두고 가끔 보듬다보니 정이 들어

다시 배우기로 하였지만 절대음감이 없이는 험난하여

입문자는 많으나 오래 견디는 이가 무척 드문 악기이다.

날마다 해금을 켠다, 참기 힘든 소음이 인다.

이 힘든 터널을 지나면 맑은 소리의 빛이 보이려나.

금연의 길이 험난하지만 해금의 길도 만만치 않다.

3년은 지나야 소음을 면하고, 5년을 넘어야 맑은 소리가 나고

10년을 건너야 소리의 물결이 찰랑거리며 살아 흐르는 것이니

금연처럼, 또 수행의 길을 가야하는가? 고뇌를 짊어져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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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삶이란 그런 것이다.

목표나 목적 없이 파도처럼 오르고 내리며

끊임없이 철썩이는 과정만이 있을 뿐이다.

죽음이 궁극의 목표일 것이며

그 지점에서 만인은 평등하지만

이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회피한다.

그저 “의미 없이” 살아가는 날들의 반복이 안타깝다 여긴

공상가나 사상가들이 뇌의 골짜기를 탐색하다가

“의미 있는” ‘희토류’를 발견하였으니;

“의미부여의 존재” - 사람이 사람인 까닭이다.

진부한 그녀에게 어린 내 가슴이 “꽃”이라는 의미부여를 했기에

나는 그녀를 아직 꽃으로 기억하며 설레고 그리워하고 있으며,

새벽 첫 샘물을 담은 할머니는 이를 천신(天神)이라 의미를 부여하여

손 모아 기도하였기에 가족들이 ‘그럭저럭’ 화목하게 살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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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그대는 어떤 의미를 부여했는가?

거창하여도 좋고, 소박하여도 좋다.

부여하라, 의미를! - 이것이 믿음의 삶이다.

개인의 믿음은 사상과 자아를 키우고

무리지어 믿으면 종교라 부르는 것이다.

스스로 금연에 부여한 의미의 검지 따라

청정하게 숨 쉴 법문(法門)에 들어왔느니

절집 아니어도 이 자리가 수행자리이며

선각자의 말씀 아니어도 스스로 깨치리.

스바하~,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