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느끼는거지만 금연 후에 제일 기분좋은 일은 아침에 담배의 부담없이 차 한잔을 마시며 안정을 찾는다는 거죠. 물한잔을 마셔도 부담없고 입안에서 간간히 풍겨나오던 쓰레기 냄새를 맡지 않아도 되니 삶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아침이죠.

 요새 간간히 힘들뻔한 일들을 겪을 때면, 담배마져 끊지 않았다면 어쩔뻔했나 싶습니다.

 가끔 다시 시작하네 또 실패했네 하며 글들이 올라올라치면 그냥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게 되네요. 어짜피 본인의 삶이니까. 남의 관여가 불필요한 부분이 있죠. 그렇더라도 이번에는 더 힘들지 않길 바래봅니다.

 저는 사실 믿고 안믿고를 떠나서 이전 삶과 다음 삶이라는게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것이 금연에 도움이 될 수 있겠는가 하고 생각해봤죠. 현재의 삶과 세계가 의미있으려면 망각의 과정은 당연히 있어갸겠죠. 그리스 신화처럼 레테의 강을 건너면서 삶의 기억들이 망각된다면 이전이든 다음이든 삶이란 어짜피 힘들겁니다. 거기에 만약 담배를 접했다면 여전히 끊기 힘들겠죠. 그때도 지금과 같은 기회가 있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지금은 금연길라잡이에서 생각지 못한 좋은 기회를 접했을 지도 모릅니다. 노력만 하면 지금은 끊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다음은 더 힘들다는건 장담합니다. 지금도 이렇게 끊기가 힘든데 (이번에도 못끊은걸) 다음에는 쉽게 끊으리라고는 예상못하죠. 이런 과정이 이해된다면 이 가정은 도움이 되겠나요. 어짜피 삶의 숙제란 돌고 도는거니...

 흡연욕이 떠오를땐 일단 그 자리를 피하는게 상책입니다. 괜히 같은 자리에서 빙빙돌며 고민하지 마세요. 그리고 물 한 잔이 큰 힘이 됩니다. 부족하면 몇 잔 더 마셔두 좋습니다. 우리의 심리가 재미있는게, 지금 아주 죽을꺼 같죠? 미치겠죠? 그런데 지금 뜨거운 물? 같은게 손등에 떨어졌어요. '앗 뜨거!'하고 손등과 떨어진 곳을 바라보겠죠. 그리고 이후 한 1분간 무엇인가 급박하게 이어진 상황이 되거나 갑자기 커다란 개나 맹수 나타나서 쫓기는 상황이 되면 방금 전의 흡연욕은 끼어들 틈이 없죠. 이게 사람입니다.

 암튼 항상 건강하시고 진정한 차 한잔의 여유를 찾길 바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