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배추 / 유 진

찬 서리

배추사이로 살포시 끼어들고

계절의 갈피에서 뒤질세라

흰 눈도 살짝 입맞춤 했다.

몸 빼 바지

허리춤 감싸듯 매어놓고

풀어줄 날 기다리며

알차게 속 채워 주었는데

풀어줄 님 은 오지 않고,

갑자기 찾아온 칼바람 추위에

오기가 생겼는지

절임을 거부한다.

자연이 정해준 때를

거부한 잘못,

일 년 내내 밥상머리에서

심술이나 부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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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저 지난주 김장을 하기에

저는 시간이 없어 일주일 후에 하기로 했습니다.

그 일주일 동안 날씨가 얼마나 추웠던지

배추가 얼어버렸더군요,

그래도 순도 100% 유기농 배추라 김장을 했습니다.

동지님들 아시겠지만 김장때는 남편들이 마당쇠가 되지요?

잔심부름 등쌀에 몸살이 납니다.

간보라고 먹다보면 입술은 빨갛게 칠해져있고

몇 번 맛보다보면 물을 한 동이나 들이키게 됩니다.

아내들 심보 뻔히 보이지요

나중에 당신 때문에 짜니 싱겁니 하면서...

그래도 돼지고기 삶아서 배추 속에다 양념 집어넣고 고생했다고

소주랑 한잔 들이미는 것으로 달래주면 피로가 풀린답니다.

하루 종일 김장하고 항아리을 땅에 묻는 것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옆에서 아내는 한마디 거들어 줍니다.

“힘들지, 힘들면 한대 피우고 하시지!”

이런 된장,

이제는 약까지 바싹 올립니다.

이렇게 피곤할 때는 은근히 생각도 납니다.

하지만 한귀 놈 김장항아리 묻을 때 같이 묻어버리고 왔습니다.

오늘도 즐금 하시기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