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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男의 계절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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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유진 | 작성일 | 2009-10-08 | ||
조회수 | 2228 | 추천수 | 2 | ||
秋男의 계절인가 봅니다/ 유 진
秋男의 계절인가 봅니다. 반바지에 반소매차림으로 엊그제 까지만 하더라도 달빛에서 체조를 했었는데 어젯밤 소스라치게 부는 바람에 도망치다시피 다시 돌아왔습니다. 무슨 놈의 날씨가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도 변했는지 秋女의 장난인줄 알면서도 객기를 부려 본 것이지요.
긴 옷 추리닝을 다시입고 나가려는데 “이봐요, 깃 좀 내리시지” 이 밤에 당신 모습보고 멋있다는 사람 없을 터이니··· “지랄 맞게 내가 가을을 타나” 사실 외모는 버린 지 오래전입니다. 이 나이에 멋있어 보아야 묶은 김치도 아닌 쉬어빠진 쉰 김치지요, 그저 찌게거리정도 라고 생각하고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찬바람이 불면 우선순위가 모자를 챙깁니다. 반 반짝이도 완전 반짝이만큼 머리가 시리거든요. 하일성님이나 이덕화처럼 변신 하고픈데 우리 마나님은 낭군이 그렇게 변했다가는 오늘같이 바람 부는 것처럼 바람피울까 두려운지 극구 못하게 합니다. 그것도 아주 꼴불견이라며···. 그저 생긴 대로 사는 것이 최고라고 우기지요. 가끔 발바닥 비비러 가면 우리 같은 빤짝이는 인기가 아주 없습니다. 그래서 가발 광고도 무도장에 제일 많이 붙어있지요 (참고로 저는 춤을 출줄 모릅니다. 지루박 ,부르스, 차차차 밖에) 저 역시 생긴 대로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보기 흉할 정도로 반짝이는 아니거든요 속 알머리가 좀 없어서 그렇지!!! 뭐 금길 마당 의사선생님이신 어느 선배님한테 처방을 부탁하면 가능하겠지만, 지금 내 모습이 사진 박을 때만 좀 그렇지 봐줄만 하거든요···
30분정도 걷다보니 포장마차 불빛이 보입니다. 웬 지, 들어가 한잔하고 싶었습니다. 호주머니를 뒤져보니 옷을 바꾸어 입고 오는 바람에 동전 한닢도 없습니다. 목구멍에서는 두꺼비가 들락거리고, 효리에 흔들림이 유혹하는데 세종대왕님은 동상까지 만들어 주었는데 내 호주머니는 세종대왕도 신사임당도 없고 전화기마저 없고 빈 털털이입니다. 그래도 사나이인데 방법을 찾아야지요, 주인장요? 내 소주한잔 먹고 싶은데 돈이 없소! 한잔 줄 수 있겠소? 안됩니다. 외상술은 안 됩니다. 이보오~ 외상술이 아니라 소주 한 잔 먹고 싶단 말이요? 위아래 훌 터보더니 대꾸도 없다. 그런데 한쪽 귀퉁이에서 중년의 여자 둘이 입에는 담배를 꼬나물고 나를 바라봅니다. 젊은이 이리와요, 우리하고 한 잔 합시다. 이런, 내가 어릴 때 젓 동냥은 해보았어도 술 동냥은 안했는데 뭐, 젊은이 이리 와서 한잔 하자고!?··· 젊은이라고?! 하긴 모자를 뒤집어썼으니 알 턱이 없지! 담배는 피우지 않아 얼굴은 뽀얗고··· 들은 척도 안하고 뒤돌아 나오면서 후회가 된다. 그냥 못 이긴척하고 한·잔·할·걸···
담배 끊고 금단증상으로 한대만 피웠으면 하는 생각처럼 한잔만 마시고 싶었는데, 몇 발자국 걷다보니 또 생각이 달라집니다. 집에 가면 누구누구가 추석선물로 와인을 사왔는데 그걸 마시자 돌아오는 발길이 어찌나 가벼운지 블루라이트의 요코하마처럼 아름답지는 않지만 우이천 강변은 달빛과 가로등 불빛으로 아름답게 수놓고 가을밤은 점점 깊어만 갑니다.
집에 들어와 보니 갓김치 담근다고 거실을 엉망진창으로 어질러 놓았는데 와인한잔 하자는 말이 나오질 않습니다. 그 정도분위기는 파악하니까요, 가을이 오고 찬바람이 불면 이렇게 가끔은 유진이도 추하게 秋男이 되어간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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