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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및 비법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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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보세요!
작성자 유진 작성일 2009-09-21
조회수 2158 추천수 1

 



주말 보고서
/ 유 진


1.여름내 웃자란 잡초들을 베어놓고

창틀 넘어 집 지어놓은 거미집 걷어냈다.

물끄러미 바라보니 내가 잔혹하기 그지없다.

찬바람 이슬내리면 저놈들 어디에서 살란 말인가.

그래도 명당이라고 촘촘히 지어놓은 집을

빗자루로 한 순간에 걷어냈으니 말이다.

허겁지겁 도망가는 것을 보니

힘없는 도시민들 재개발이니 뉴 타운이니 하며

길거리로 내 쫓아내는 꼴과 다를 것이 무엇일까,

힘 있다고 힘없는 미물들을 이렇게 내 팽개치다니

나 또한 미물에 불과한 놈이 잠시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

한 낯은 아직도 햇살이 따가운데

다른 집으로 이사하기나 새로 집짓기가 힘들 터이고

여름을 보낸 사람이나 하찮은 미물들도 찬바람일면

집이 그리울 텐데,

짧은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2.이곳은 높은 산자락 밑이라

들짐승이 많이들 산다.

멧돼지, 너구리, 고라니, 다람쥐, 등등

산새들이며 꿩 그리고 날짐승까지도,

금년에 싱싱한 야채는 모두 빼앗기고(?)

고구마, 옥수수까지, 하물며 사과나 배는 말할 것도 없고,

아무리 자기네가 살던 곳에 침입해서 산다지만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다니,

처음에는 그래, “너희들도 먹고 살아야지” 했다가

해도 해도 너무한 것 같아

나도 잔머리를 굴린다.

웬만하면 머리카락도 몇 개 남지 않아 머리 굴리는 짓은 안하려는데

궁리 끝에 시장에 나간다.

철물점 주인한테 퇴치법을 물어보니 덫과 전기선을 권한다.

에이 이 사람아, 그렇다고 개체수가 몇 마리나 줄겠나!

다음은 농약 파는 곳에 갔더니 독극물을 놓으라고 한다.

갈수록 태산이다.

산짐승과 상생하는 방법은 없을까 연구하다가

고민 끝에 남새밭에 검정비닐로 된(햇빛 가리개같이 생겼다) 것을

말뚝을 박아 뺑 돌리기로 했다.

배추 심은 지 3주째 잘 자라고 있다.

비닐 한 마끼(?)에 2만원인데, 그 돈이면 배추사고도 남는데 말이다.

벌써 배추에 배추벌레가 등장한다.

젓가락으로 한 마리씩 잡아가지고 없애 본다.

처음에는 징그럽던 벌레들도 이제는 정겹게 보인다,





3.가지각색으로 오늘은 벌레이야기다.

도시 농군 마누라가 시골 농군 마누라 흉내 낸다고 된장을 담가 놓았다.

갑자기 소스라치게 놀랜다.

“왜 또 요란스럽나?”

구더기가 나왔다고 그 난리다.

옛날부터 맛있는 된장에는 구더기가 낀다고 했다

다 먹고 사는 것이니 괜찮다.

“아이 고 더러워서 어떻게 먹나”

걱정하지 말고 햇빛에 내놓고 유리뚜껑으로 덮어 놓아라

그러면 나올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몇 마리가 구역거리며 기어 나온다.

내 말이 맞지,

걷어내고 또 걷어내고 해서 대충 없다, 생각되면 김치 통에 담아서

김치 냉장고에 퍼뜩 넣으라,

더러워서 어쩌고저쩌고, 이런 너나 나나 뱃속에 구더기 천지인데

뭐 그리 깨끗하다고 난리를 치나,

그것 먹으면 피부미용에 좋다고 하더라,

뭐라고 피부에···

얼굴 혈색이 달라진다.


 


4.땅거미가 서산에 기운다.

거미로 시작해 거미로 끝나는 하루해가 무척이나 짧아졌다.

옆에 주전자에 커피한잔 끓일 물과 컵 하나 달랑 내놓고

밤하늘을 바라본다.

어제의 일이 떠오른다.

30년 만에 군대동기의 목소리를 들었다

한 걸음에 달려가고 싶은데 울산이라고 하니 그럴 수도 없고

너, 나 알겠냐?

하모, 알지! 안 죽고 잘 살았제?

그럼, 네는?

나도 잘 산다 안하나,

너 군대시절에 목수 질 좀 하지 않았나?

그래, 맞다.

지금 목수다, 듣기 좋으라고 인테리어 디자인 어쩐다 한다.

그래, 안 죽고 사니 한번 볼 수 있겠네.

한 번 만나기로 하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어디란 말인가.

남자들은 군대생활 했던 방향에 오줌도 싸지 않는다고 했지 않은가

화랑 담배 속에서 생사를 같이 했던

아니 담배를 맛있게 피우라고 가르쳐주던 놈이 아니던가!

주전자에 물이 끓고 있다.

내 마음도 덩달아 달아오른다.

그때 그 시절이 그리워서

화랑담배 한 개비가 생각이 나지만

한 개비 피운다고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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