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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및 비법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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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없었답니다 상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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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없었답니다
작성자 min 작성일 2009-04-04
조회수 2422 추천수 0
술에 취했고, 수면부족에 취한 이른 아침.

어지러운 머리통 버리지 못하고 뒷산을 오릅니다.


산 입구엔 은사시나무의 수꽃이 검갈색으로 흩어져 누워있고

조금 오르면 물오리나무의 수꽃이 검붉은 녹으로 스러져갑니다.

이네들은 벌써 봄의 꽃을 피웠고

바람을 피며 누런 꽃가루를 날려

씨를 맺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누가 보았나요, 그들의 꽃을, 암꽃과 수꽃을.

아니 보았대도 꽃으로 인정을 안 해주는 그들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꽃을 피우고 씨를 맺습니다.


나무들, 인간들.

나무가 모이면 숲이고

사람이 모이면 사회가 되는데,

숲이며 사회는 개체를 괴롭히기도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살아가는 관계입니다.

(인간이나 나무나 모두 햇볕 다툼도 하지만,

숲은 알맞은 습기와 온도를 항상 유지해주지요.)


금길의 나무, 혹은 화려하게 혹은 없는 듯이.

오늘의 산에 핀 분홍 진달래, 노란 생강나무의 화려함도 좋지만

저 사시나무나 물오리나무처럼 보아주지 않아도 피고 맺는

그런 말없는 다수의 분들이 이 숲의 진정한 님들입니다.


진정한 그분들에게 가만 고개를 숙입니다.

저 아무런 일도 없었습니다, 이렇게요.


혹 궁금한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면

제가 크나큰 결례를 범한 적이 있었으며

용서받지 못할 성질이오니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극히 개인적인 일이고 아주 예민한 문제라서

이곳의 글에서 원인을 찾긴 불가능하답니다.)


또한 개인적인 일은 개인끼리 알아서 처리하면 되나,

저 하나로 금길의 공적인 일이 하마 흐트러질까봐

이렇게 글을 쓴답니다, 뻔뻔하지만 이해해주세요.


이곳은 금연을 위해 존재하는 자리입니다.

오직 그 하나의 목표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금연 하나만 말하면 지루하기에

유능한 선생이 재미있게 강의하듯이

여러 님들이 여러 가지 얘기를 하며

재미와 깊이와 정을 더해주고 있지요.


푸른 소나무 닮은 최대환님, 권철님, 유진님.

우뚝한 여름 신갈나무의 청량한 박선준님,

단풍나무 단단하고 결 고운 아공님.

팥배나무 흰 꽃 붉은 열매, 최영호님.

배롱나무 화려하고 매끈한 김홍일님.

대나무 잎의 파도소리, 조용환님.

난의 단아한 향, 복색화님.

붉나무로 타오르는 매니아님.

그리고 거명치 못한 모든 님들.


모두 소중하고 고마운 분들입니다.

모두들 이루시어 질 좋은 삶 이루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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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옆엔 개암나무 벌써 열매가 푸르게 맺히고

열매 끝엔 지지 않은 어미, 쌀알 크기의 암꽃이

검붉게 사위어가며 막 잉태한 자식을 지키는데,

그 어미가 진 자리가 개암의 배꼽으로 남겠지요.


무덤의 잔디는 아직 누런색으로 잠이 들었습니다.

깊게 갈라진 푸른 스카프를 목에 두른

젊은 할미꽃이 예뻐 살며시 만진 손끝,

두더지의 털처럼 보드랍게 숨을 쉽니다.


뱀딸기 꽃, 병아리 노랑으로 졸고

제비꽃, 자줏빛 날개로 언덕 나는데

꿩의밥, 가는잎그늘사초 꽃대를 올리고,

꽃을 기다리는 솜방망이, 딱지꽃 곧 꽃 피면

바닥에 누운 개망초 일어나 푸른 치마를 입고

하얗게 초여름을 안개꽃처럼 장식하겠지요.


안개구름에 가린 흐릿한 아침.

그림자도 흩어져 풀잎이 되는

어지럽고 흔들리는 내 역정.


길섶에 묘비로 선 맑은대쑥 옆에 쑥잎 돋고

환삼덩굴 무덤 아래 찔레 잎은 푸르게 오르고

어린 갈참나무 타고 오르는 인동덩굴의 잎 푸르니


나, 그대들만 있어도 외롭지 않겠네, 행복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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