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반 만에 결핵균을 물리치곤

담배에 대한 신앙은 깊어갔습니다.

세뇌(洗腦), 뇌를 씻는다는 말.

참 좋은 단어입니다, 맑은 물로 씻는다면.

참 사악한 단어입니다. 마약으로 씻는다면.

담배연기로 뽀얗게 뇌를 씻는 세뇌의 의식을 거치며

나는 담배의 노예가 되었고 광신도로 변했습니다.

불가분의 관계 : 분리를 할 수 없는, 나눌 수가 없는 관계.

사전엔 아마 담배와 나의 관계를 이리 적어놨을 겁니다.

담배 없는 나, 나 없는 담배.

생각할 수도, 있을 수도 없는

나라는 존재가 순간 사라지는

종말 외에는 상상할 수 없었지요.

담배를 처단할 때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 이점이었습니다.

나와 담배는 분리할 수 없다는 min의 정체성 때문이었지요.

담배는 처단할 수 있되 담배 없는 나는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세뇌 당한 뇌에 의한 광신도의 절망적이고 비참한 믿음.

그러던 제가

담배를 버렸습니다.

벌써 6년 전의 일이군요.

배교(背敎)로 심한 고문을 받으며

해를 떨어뜨리고 꽃을 꺾은 지가.

청춘은 사라졌고,

장년은 초라했으며,

여분의 삶도 그렇게 스러지면 그만일 터인데.

무엇 때문이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