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친구분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물론 기적적으로 낫기를 기도하면서요.
그리고 마음이 무척 아프면서도
담배를 버리는 힘든 과정을 겪는
님은 참으로 위대한 분이십니다.
친구분이 님에게 준 마지막 선물 : 금연.
가장 소중한 친구의 선물이니
평생 꼭 간직하여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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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얘기를 잠깐 할게요.
제가 금연 후에 가장 불안했던 것은
너무 늦게 끊지 않았나 하는 두려움, 즉
이미 암세포가 내 몸 안에서 자라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과 두려움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쉰 살의 나이에
하루에 세 갑씩
줄담배를 피웠고
그 기간이 30년을 헤아리니,
이렇게 담배 때문에 죽는 게 아닌가 하는
허망함과 쓸쓸함 때문이었습니다.
담배를 최고의 기호품으로 여기거나 심지어는
‘神’으로 모시며 경배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그러하듯 죽음이 두려운 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내가 해야 할 일을 다 하지 못하고 간다는 것은
인간으로 태어나서 덕을 쌓진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흔적 없이 가야 마땅하건만,
빚을 지고 가는 참 나쁜 짓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빚,
아내를 힘들게 한 빚
자식을 키우다 만 빚
가족들을 아프게 한 빚
나를 사랑해주는 모두를 배반한 빚.
그랬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담배의 품안에서 장렬하게 전사하려던 옹골찬 꿈은
결국 나 하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생각이었음을 느꼈고,
최소한 내가 지은 빚은 갚고 가야한다는 책임감에
담배라는 내 분신을 과감히 버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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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아프지만 어쩝니까.
지금 현재 님께선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실천하고 계시는데요.
모든 만남은 이별을 전제로 하는 현상일 뿐입니다.
가족도 친구도 연인도 그리고 자연의 모든 것과도.
그러나 이별이 모두 똑같은 이별은 아닙니다.
아름답게 이별함이 최고의 덕목이지만
뿌린 씨앗은 거두고 가야하며,
그 시작은 흡연자에겐 금연으로부터 비롯됩니다.
님, 친구의 처절한 선물, 금연.
품에 꼭 간직하고 평생을 가셔야합니다.
어려울 때, 친구의 이름을 가만 불러보세요.
땅 위에선 설핏 눈물이 돌겠지만
멀리에서 님 등을 도닥이며
가만 웃고 있을 거예요.
님 친구의 쾌유를 그저 빌기만 할 뿐인 힘없는 한 인간이
님의 결행으로 슬픔 속에 핀
아름다운 꽃 하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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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다 말고 가슴이 아파 몇 자 적다보니
문맥이 어지럽습니다만,
글자를 떠나 마음으로 읽어주길 바랍니다.
힘내십시오, 기도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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