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업계의 위해감축(Harm reducion) 개념과 주장

담배 사용은 조기사망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며, 조기사망(즉, 수명 연장, 질병 위험 감소)을 줄이기 위해서는 담배 사용 중단(금연)이 필수 조건이라는 것은 너무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담배로 인한 해로움을 줄이는 것(위해 감축)에 대한 관심과 요구는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담배업계가 이야기하고 있는 ‘위해감축’이라는 개념은 이런 상식과는 아주 다릅니다. 담배업계의 위해감축이란, ‘건강에 대한 해로움이 잘 알려진 일반담배(궐련)의 사용을 줄이고, 일반담배(궐련) 보다 ‘덜 해로운’ 담배(액상형 전자담배, 가열담배(궐련형 전자담배) 등)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위해감축에 대한 담배업계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담배업계가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담배에 대한 건강 폐해가 널리 알려지고 흡연율이 줄어드는 등의 현재 위기를 극복하고 담배 산업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입니다. 특히, 2005년부터 발효된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으로 전 세계적으로 담배규제 정책이 강화되었고, 담배업계의 비윤리적 행위(담배의 위해성과 니코틴의 중독성에 대해 의도적으로 숨기고 인정하지 않음, 청소년 대상 불법적 담배 마케팅 진행 등)가 드러나면서 대중의 분노로 담배업계의 입지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담배업계는 ‘덜 해로운’ 담배를 개발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담배업계 스스로가 문제의 원인이 아닌 문제해결의 주체가 되고자 하는 속셈이 있는 것입니다.

담배업계의 위해감축 주장이 담배규제정책에 미치는 영향

현재 담배업계의 위해감축 주장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홍보와 마케팅되고 있으며, 국회와 정부에 대한 정책활동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담배업계는 기자회견, 토론회, SNS(Social Network Service)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자담배가 일반담배(궐련)에 비해 유해물질 농도를 낮췄고 따라서 건강 위험도 줄 것이라고 꾸준히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담배규제 정책 측면에서도 일반담배(궐련)에 비해 낮은 강도의 규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담배업계의 이러한 주장과 활동은 대중에게 ‘전자담배가 일반담배(궐련)에 비해 건강에 덜 해롭고, 간접 노출의 위험도 적으며, 금연에도 효과가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줍니다. 이러한 오해는 실제로 가열담배(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이 급격한 증가, 청소년과 젊은 성인에서의 액상형 전자담배의 지속적 사용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담배업계의 위해감축 주장의 타당성과 허점

담배업계의 위해감축 주장이 받아들여지려면, 먼저, 액상형 전자담배나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궐련)에 비해 덜 해로워야 합니다. 하지만, 전자담배가 일반담배(궐련)에 비해 건강 위해가 적은가에 관한 확실한 결론을 내릴만한 연구는 현재까지 없으며, 이런 연구 결과 또는 결론을 이끌어 내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에 대해 담배업계는 전자담배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이 궐련에 비해 적기 때문에 덜 해롭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유해 물질 농도가 낮아진다고 건강위험이 농도에 비례하여 줄어드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일반담배(궐련)을 5개비 피우는 사람과 20개비 피우는 사람의 심근경색 위험을 비교해봅시다. 건강위험이 흡연량에 비례한다면 흡연량이 1/4로 줄어들면 심근경색 위험도 1/4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 심근경색 위험은 크게 줄어들지 않습니다.

담배회사가 주장하는 대로 전자담배에서 일반담배(궐련)로의 완전한 전환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많은 연구와 통계자료에서 전자담배 사용자의 대부분은 일반담배(궐련)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즉, 전자담배가 일반담배(궐련)을 끊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일반담배(궐련)에서 전자담배로 완전한 전환이 이루어진다 해도 문제는 남습니다. 액상형 전자담배와 가열담배(궐련형 전자담배) 모두 건강에 해로울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포함된 특정한 성분으로 인해 2,800여명이 입원하고 68명이 사망하는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액상형 전자담배와 가열담배(궐련형 전자담배) 모두 폐로 흡입되어 혈액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폐와 심장, 혈관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연구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이를 직접 피우는 사람은 물론 그 배출물 또는 에어로졸에 노출되는 제3자에게도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액상형 전자담배를 처음 시작하는 청소년에서 일반담배(궐련)을 피울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도 액상형 전자담배의 인구집단에 대한 건강 위험을 증가시키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또한, 우리가 담배 위해와 관련하여 놓치지 말야하 하는 사실은 ‘니코틴 자체도 건강에 해를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위해감축 옹호자들은 니코틴 자체는 건강에 해를 주지 않는 것처럼 말하지만, 니코틴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뇌 발달에 영향을 끼쳐 인지기능을 떨어뜨리고,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을 해치기도 합니다. 니코틴이 담배 중독의 원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담배업계의 위해감축 주장은 보건학적으로 그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담배업계의 위해감축 주장에 대한 대응방안

위해감축 즉, “덜 해로운 담배”는 담배회사의 주장이자 마케팅 수단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 방안입니다.

만약 담배업계가 진정 국민의 건강에 관심이 있다면 “더 해로운” 일반담배(궐련) 생산을 즉각 중단하면 됩니다. 우리는 담배회사의 내부 문건을 통해, 과거 담배업계가 국민과 정부를 어떻게 속였는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해감축을 주장하는 담배업계의 활동에 대한 꾸준한 감시와 이를 대중에게 알리는 활동이 계속 이루어져야 합니다. 필립모리스는 ‘담배연기 없는 세계를 위한 재단(Foundation for a Smoke-free World)’을 만들어 위해감축을 지지하는 활동에 대대적인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해감축 주장을 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이 재단을 비롯한 담배업계와 연관되어 있는가를 면밀히 관찰해야 합니다.

위해감축은 현재 단계에서 담배규제정책의 대안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전자담배의 건강위해 감소가 명확하지 않고, 잠재적으로 해로울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는 모든 담배제품의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담배제품 사용 중단에 효과가 입증된 담배규제정책(담뱃세 인상, 담배광고, 판촉 및 후원 금지, 전면적 실내금연, 금연치료 확대 등)의 강화가 올바른 길입니다.

• <참고문헌>
  • 한국담배규제연구센터. (2021) 담배업게 위해감축 분석 연구.
  • 조홍준. (2020). 궐련, 전자담배, 가열담배의 유해성 비교. Journal of the Korean Medical Association, 63(2), 96-104.
  • CDC 홈페이지. Outbreak of Lung Injury Associated with the Use of E-Cigarette, or Vaping, Products (조회일: 2022.5.) https://www.cdc.gov/tobacco/basic_information/e-cigarettes/severe-lung-disease.html
  • WHO 홈페이지. Tobacco:E-cigarettes(QnA/2020.01.29.) https://www.who.int/news-room/q-a-detail/tobacco-e-cigarettes.WHOweb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