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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오래 참았네요 ㅎㅎ 상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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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오래 참았네요 ㅎㅎ
작성자 비흐변 작성일 2023-01-11
조회수 1714 추천수 8

습관의 힘이란 참으로 엿 같다.

밤을 샐 때 피던 담배. 뻑뻑한 눈, 커피에 찌든 혀, 그리고 그 혀를 감싸고 기도로 넘어가는 매캐한 연기.

그 모든 기억이 문득 떠올라 내 이성의 끈을 잡아챈다.

“그때 좋았잖아.”

“한 번만 더 해 봐.”

밤의 침묵은 연기를 부른다. 연기 속에서 보내는 밤은 더 이상 고요하지 않다. 세상에 홀로 남겨져 있다는 외로움 대신, 알 수 없는 충만함이 가슴을 채운다.

그렇게, 한 모금.

모두가 잠든 시간에 연기를 뿜을 때면,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밭을 밟을 때처럼 가슴이 벅차 오른다.

“나 살아 있잖아.”

“지금 나만 살아 있잖아.”

“행복하잖아.”

그래, 행복은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다 끝나지 않은 업무. 게을렀던 나는 사라지고, 내일을 위해 밤 중까지 일하는 노력가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좋은 친구였다.

내가 맞춰 줄 필요 없고, 언제든 내가 필요할 때면 다가와서 손을 내밀어 주는, 좋은 친구였다.

이 친구를 만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4,500원이라는 푼돈과 라이터 하나.

기쁠 때 함께 기뻐해 주고, 슬플 때 함께 슬퍼해 주는, 나의 공감자.

나의 고민, 문제, 크고 작은 시시콜콜한 모든 것들에 명쾌하게 답을 내려주는, 나의 솔로몬.

밤을 새야 하는 날, 초저녁이면 내 가슴은 벌써부터 담배를 찾는다.

어린 왕자에게 가스라이팅 당한 여우처럼, 00시는 멀었건만 17시부터 가슴이 뛴다.

그렇게, 뛰는 가슴.

팍 식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못 펴.”

그 좌절감.

욕도 안 나온다.

중성화 수술을 당한 강아지처럼, 원인 모를 상실감에 빠져 허우적댄다.

힘을 낼 힘조차 남지 않아서, 감정조차 완전히 죽어서, 기쁨조차 느끼지 못하는 상태다 된다.

금연은 드라마틱하지 않다. 서서히 조여 드는 현실이다.

모든 고통은 비극처럼 극적이지도 않고, 거창하지도 않다. 다만, 생활에 녹아 서서히 조여올 뿐.

업무 퍼포먼스는 점점 떨어지고, 감정은 점점 메말라 간다. 우울감은 높아지고, 탈력감과 무기력함만이 나를 지배한다.

난 안다.

“한 대.”

딱 한 대.

나는 편해질 수 있다.

한 대를 피우는 순간, 업무는 귀신같이 풀릴 거다. 밤은 다시 즐거워지고, 입가엔 웃음꽃이 번질 거다.

평소였다면,


― 그래도, 나는 안 필거다. 담배는 나쁘니까.


……이 따위로 끝냈겠지만, 오늘은 그냥 기분이 X같다. 같잖은 긍정론 따위는 입에 올리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아직, 내 책상에는 작년에 산 지포라이터와 반갑의 담배가 남아있다.

그리고 난 그것으로 이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

핑 도는 머리, 입가에 번지는 미소, 더는 예민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된다. 나쁜 사람이 될 필요가 없다. 유난떠는 X신이 되지 않아도 된다.

난 자유다.

프리덤.

별로 힘들지는 않은데, 힘들지 않은 것보다는 편한 게 낫지 않은가 싶다.

2023년, 새해 금연은 열흘? 나흘?의 추억으로 남겨 놓자.

그래도 뭐……

“이만하면 오래 참은 거지, 뭐.”

이 글 읽어 준 모든 분들게 감사를 전하고자 한다.

나는 이 지옥에서 탈출한다.

그럼 수고.

















……는 거짓말입니다.

한심해 보였습니까?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훗날 생각해 주세요.

언젠가, 포기를 생각할 때.

……담배를 입에 무는 여러분의 모습은 이보다 더 추하고 한심할 거라는 사실을요.

포기하는 순간, 당신을 고까워하던 지인들은 당신을 두고 카톡방에서 이렇게 떠들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유난 떨더니, 그럴 줄 알았다.]

[ㅋㅋㅋㅋㅋ그럼 그렇지. 담배는 아무나 끊냐.]

[ㅋㅋㅋㅋ븅]


만약, 제 포기가 안타까웠다면 훗날 생각해 주세요.

당신이 금연을 포기할 때, 당신이 안타까워하듯 주변 지인들도 당신을 안타까워할 겁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적은 많지만,

아군도 많습니다.

우린 우리 모두의 아군입니다.

……오늘, 내일, 어쩌면 좀 더 먼 훗날.

니코틴의 노예에서 해방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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