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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만의 첫 금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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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비흐변 | 작성일 | 2023-01-09 | ||
조회수 | 628 | 추천수 | 10 | ||
흡연 경력 15년. 금연 시도는 꽤나 많았다. 100일 가까이 참았던 적도 있었고, 일주일, 혹은 하루도 못 가서 담배를 물었던 적도 있었더랬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바로 그 실패의 기억들이다. 내게는 ‘금연’으로 기억되고, 지인들에게도 ‘금연’이라 말하지만, 사실은 ‘금연’이 아니었던……. 담배를 끊고자 했던 마음은 하나도 없이, 그저 참을 뿐이던 그 시도들. 솔직히 말하자면, 그 이전의 난 담배를 끊고자 하는 마음이 하나도 없었다. 어째서 금연이 필요한지, 담배는 왜 펴서는 안 되는지, 담배를 끊으면 뭐가 좋아지는 것인지. 이런 따위들을 듣기는 많이 들었지만, 와닿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금전적인 이득? 우스웠다. 담배값 2500원일 때 시작해서, 2700원. 버틸 만했다. 2700원으로 할 수 있는 일보다, 담배 한 갑이 주는 행복이 더 컸다. 그리고 바야흐로 4500원…… 필 만하더라. 버틸 만하더라. 여전히 4500원으로 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보다도, 담배 한 갑이 주는 행복이 더욱 컸다. 흔히들 하는 말이 이거다. ‘한 갑에 얼마. 꾸준히 몇 년을 폈다고 가정을 하면, 그 돈으로 무슨무슨 차를 뽑을 수 있고…….’ 흡연자들은 이 말에 이렇게 답할 거다. ‘그래서, X신아. 넌 그 차 어디 있는데.’ 이렇듯, 금전적 여유는 별로 와닿지도 않았다. 그냥, 옷 좀 덜 사고, 밥 좀 싼 거 먹고, 하루에 4500원을 이곳저곳에서 줄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4500원은 취미라 생각하면 굉장히 싼 값이었다. 그리고 건강? ……말을 말자. 사람은 X돼 보기 전까지는 뭐가 문제인지 모르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다. 주변에서 누가 이렇다더라, 누가 저렇다더라. 문제는, 나는 아직 X되지 않았고, X되는 미래는 확정적이지 않다는 거다. 흡연한다고 다 폐암 걸리고, 다 아프냐? 비흡연자들 중에서도 폐암 환자 있고 다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거였다. ……내가 아직 안 아프니까.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혈연, 지연, 학연 다음 간다는 흡연을 뿌리치기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담배를 끊었을 때의 장점은 솔직히 와닿지 않았다. 난 어차피 담배를 끊는다 해도 돈을 모으지는 않을 테니까. 몸은 지금도 별 문제 없어 보이니까. 하지만, 담배를 끊으면, 흡연장에서 오가는 이야기에서 멀어지고, 당장 금단 현상에 시달리고, 무엇보다 하루 4500원짜리 갑싼 취미가 사라진다. 그래서, 솔직히 담배를 끊고 싶지 않았다. 근데, 왜 ‘금연’을 했냐.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 보면 ‘금연’을 왜 하려 했던 건지. 하지만, 굳이 답을 찾아보자면…… 아마 내 생각은 아니었던 거 같다. 내 생각이라기보다는, 주변의 인식이 날 금연하게끔 만들지 않았나 싶다. 담배는 안 좋다니까. 다들 싫어하니까. 다들 끊으라니까. 그래서 시작한 ‘금연’.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금연’이 아니었다. 그냥, 몸에서 담배를 멀리 했을 뿐 마음은 여전히 담배를 품고 있었다. “담배가 뭐가 나빠?”, “아, 이거 한 대만 피면 딱 좋을 텐데.”, “아 기분 좋은데 한 대만 딱…….”, “아, 기분 X같은데 딱 한 대만…….” 일상, 기쁜 날, 슬픈 날, 아무렇지도 않은 날까지 매순간을 담배와 함께했다. 몸에서는 밀어냈을지언정 뇌리에서 지우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마음에서 밀어낸 것도 아니란 이야기다. 그게 ‘금연’인가? 애초에 동기가 없었다. 이 엿 같은 담배를 인생에서 삭제시킬 각오도 없이, 그냥 안 피는 날이 길어지면 끊을 수 있겠거니. 애초에 담배를 왜 피면 안 되는지. 끊으면 뭐가 좋은지. 스스로 알지도 못하는데 무슨 놈의 담배를 끊겠다고 했던 건지……. 남들이 안 좋다니까, 그냥 떠밀려서 시작했던 금연. 지금 생각하면, 그건 금연이 아니었다. 꼴랑 7일된 주제에 이런 글을 쓰면 우습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장담한다. 난 지금 금연하고 있다. 최소 하루 2갑. 최대 하루 4갑. 그랬던 나지만, 금연을 하고 있다. 난 담배가 왜 나쁜지, 이제는 안다. 담배를 끊으면 뭐가 좋은지, 이제는 안다. ‘금연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진짜 ‘금연’을 하려면, 마음이 ‘비흡연자’가 되어야 한다. 몸은 힘들지언정, 정신이 담배를 원하면 안 된다. 몸에서 멀리 떨어트리는 것보다, 정신에서 멀리 떨어트리자. 지금도 내 책상에는 작년에 새로 산 지포라이터와 마지막 담배를 피우고 남은 열 개비의 담배가 있다. 난 이걸 보고, 참을 수 있다. 아니,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난 이제 담배가 무엇이 나쁜지. 왜 끊어야 하는지를 알기 때문이다. 끊으면 뭐가 좋은지를 알기 때문이다. 담배를 끊어야 하는 내 스스로의 이유를 찾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알아야 한다. 스스로. ……우리 모두 마음만은 비흡연자로, 니코틴의 노예에서 해방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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