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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담배 이야기(My Cigarette Story) 상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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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담배 이야기(My Cigarette Story)
작성자 비니스 작성일 2014-08-11
조회수 7438 추천수 6

지금 나는 금연(禁煙, No Smoking) 중이다. 지난 5월말부터 시작했으니 이제 두달 반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보름 전까지만 해도 금단증세 때문에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져 담배 생각도, 금단현상도 그다지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하진 않는다. 금연을 시작하게 된 직접적 계기는 회사에서 금연펀드를 실시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부서장급 이상은 강제적으로 펀드에 참가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하기 싫어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참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금연펀드 기간은 3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 8월말까지, 지금으로부터 약 3주 정도만 더 참으면 다시 멋진 폼으로 담배를 꼬나물 수 있다. 즉 8월말이 되면 담배가 옵션이 된다는 뜻이다. 나의 선택에 따라 피워도 되고, 계속해서 멀리해도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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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담배를 피워본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아버지는 담배를 피우지 않으셨지만, 손님이 놓고 간 담배를 몰래 한 개피 빼 내어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 불을 붙인 후 후웁~하며 힘차게 빨아 보았었다. 그리곤... 죽는 줄 알았다. 뜨겁고 강한 무언가가 가슴 속으로 화악~하며 밀려드는 아찔하고 섬뜩한 느낌이란. 한동안 기침에 콧물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건 뭐지? 왜 이런거지? 내가 뭘 잘못한건가? 진정하고 한두모금 더 빨아보았다. 기침은 조금 덜해 졌지만 여전히 맛도, 좋은 느낌도 없었다. 손에 들었던 담배를 던져버리고 말았다. 이게 뭐야. 어른 들은 도대체 뭣 때문에 이런 걸 피우는거지? 한심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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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담배는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물건이었다. 대학교 때 친구들이 담배를 권하면 나는 초등학교 때 피우곤 일찍 끊었노라고 대답했다. 담배를 나쁘게 생각하진 않았지만, 친구들처럼 피우고 싶은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리고 1989년 2월의 어느날. 그 날은 나의 군 입대 날이었다. 논산 훈련소 앞에서 배웅을 온 친구 한 놈이 담배 한 대를 건넸다. 어차피 군대 가면 다 핀다고 하던데 그럴거면 자기한테 배우고 들어가란다. 이제 몇 분 후면 군대 안으로 들어가야만 하는 순간, 긴장은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담배를 입에 물자 친구녀석이 불을 붙여준다. 흡~ 콜록콜록. 기침이 쏟아져 나온다. 참고 한 모금을 더 빨아들인다. 멈추지 않는 기침. 하지만 웬지 기분이 묘해진다. 뭐랄까. 긴장이 조금 풀리며 약간 멍해지는 듯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런 기분을 제대로 누릴 시간은 없었다. 담배를 끄고, 교관들의 신호에 따라 나는 훈련소 입영장 안으로 뛰어 들어 가야만 했다. 그러나 담배와 나는 인연이 아니었나 보다. 군대에 들어가서도 억지로 담배를 피울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개인에게 배급되는 담배를 동기들에게 줄 수 있어 더 좋았다. 그 댓가로 초코파이 몇 개와 음료수 정도를 얻을 수 있는 정도였지만, 어차피 피우지도 않는 담배, 가지고 있을 이유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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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군대에서도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비흡연자로 남는게 일반적이다. 흡연자의 경우, 대개는 학창시절 친구들이 처음 담배를 피울 때 호기심에 같이 피우기 마련이다.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피운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내가 학교를 다니던 80년대에는 날티나는 얘들 정도가 중고등학교 때 피웠고, 거의 대부분은 대학교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었다. 대학에서도 흡연자로 거듭나지 않은 소수자들이라 할지라도 군대란 관문은 넘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고된 훈련 중 10분간 휴식~!!할 때 모여서 한 대 피우는 구름과자(?)의 그 유혹은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어렸던 12살에 일찍 접했던 탓(?)인지 군대에서 조차도 쉽게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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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담배를 내 의지로 시작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누구의 권유나 강요에 의해 시작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내가 피우고야 말겠다는, 매우 단단한(?) 의지에 의해 시작했다는 말이다. 조금 표현이 우습긴 하지만,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의지를 생기게 만든 것은 하나의 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궁금하지? 무려 25년간 담배를 모르고 살아 왔는데, 어쩌다 담배를 피우게 되었는지. 군 제대 후 92년에 복학을 했다. 그리고 운 좋게 과 후배와 커플이 되었다. 거꾸리와 장다리 커플이었다. 그 아이의 키는 무려 170을 넘었고, 난 채 170이 되지 못했다(지금도 여전히 170이 되지 않는다.. --;). 우리가 커플인지 몰랐던 선배들은 그림이 흉하니 가능한 한 같이 다니지 말라는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었다. 그러나 키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비오는 날, 둘이 우산을 같이 쓸 때 그 아이가 (자신이 키가 크니) 우산을 들겠다며 고집을 피울 때만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렇게 1년이 되어갈 즈음, 그 아이가 내게 이별 선언을 했다. 난 그 아이의 마음을 돌리고자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게 그 아이와는 멀어지고 말았다. 친구들이 위로를 해주었지만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저 눈물만이 앞을 가리고 있었다. 마음을 진정시킨 후 친구녀석에게 담배를 달라고 했다. 그리곤 불을 붙인 후 연기를 들이켰다. 약간의 기침이 나오긴 했지만, 연기는 내 온몸으로 순식간에 퍼졌다. 순간 정신이 몽롱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주 잠시였지만 위로가 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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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때부터 담배는 나의 절친이 되었다. 지금은 거의 생각이 안 나지만, 아주 가끔 담배를 피울 때 그 아이가 생각나곤 했었다. ‘그래, 그 아이가 내게 남겨준 선물이 이 담배지...’하며 씁쓸히 미소지곤 했었다. 하지만 그건 핑계에 불과할 뿐, 결국 내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에 그리고 도피처로써 담배를 찾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이후 2006년까지 14년간 흡연자로 살아오다가 이만하면 오래 피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을 독하게 먹은 후 2007~2008년, 2년 동안 금연을 했었다. 하지만 외국여행을 갔다가 정말 멋드러진 풍광 앞에서 갑작스러운 담배 생각에 한 대 얻어 피운 순간 2년 간의 금년은 쫑이 나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6년간의 흡연에 이어 이제 다시 본격적인 금연을 시도 중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고작 두달 반 여를 참고 있는 중이고. 앞으로 3주 후면 내게 옵션이 주어진다. 금연을 계속 할 수도, 흡연을 함으로써 참기 힘들었던 욕구를 봇물 터지듯 흘러 나오게 할 수도 있다. 선택은 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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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읽었던 책 중에 칼 필레머의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에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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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심장병, 뇌졸중, 당뇨병, 폐질환 같은 만성질환은 모두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위험 요소들에 의해 유발된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질명 유발 요소 3가지가 있다. 바로 무리한 다이어트, 운동부족, 흡연이다. (중략) 모든 사람이 어떤 이유로든 죽는다. 하지만 만성질병으로 느리고 고통스러운 단계를 거치며 죽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이러한 병들은 많은 사람들의 어리석은 생각대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유발하지 않는다. “병은 말을 타고 들어와 거북이를 타고 나간다”는 속담처럼 서서히 몸이 쇠약해지고, 오랫동안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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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피는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어차피 스트레스 받는 거, 담배를 피우면 조금 풀리니 자신은 그냥 피우고 싶은만큼 피우다 죽겠노라고. 담배를 피우면 조금 더 오래 살겠지만, 그것보다는 맘껏 피우다 조금 적게 살다 가겠노라고 말이다. 하지만 흡연은 직접 죽음을 유발하진 않는다. 흡연은 서서히 몸을 망가지게 하고, 그로인해 심장병, 뇌졸중, 당뇨병, 폐질환 같은 만성질환을 일으킨다. 즉, 만성질환의 스위치 혹은 동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만성질환은 사람을 계속해서 고통스럽게 만든다. 서서히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간다. 한방에 죽을 수 있으면 그마나 좋을 수 있겠지만, 그 또한 허락하지 않는다. 오랜 고통을 겪다가 맞는 죽음은 그저 감내할만한 성격의 것이 아니다. 철저히 피해야만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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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읽으며, 그리고 흡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며 충격받았던 사실은 위에서 언급한 만성질환에 대한 내용보다도 딱 이 한 줄의 영향이 훨씬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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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은 약물중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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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많이 들어본 말이긴 했지만, 이 말이 계속해서 나의 뇌리 속에 남았다. 결국 담배를 피우는 것은 나의 의지가 아니라, ‘약물에 의해 조종받고 있는 헛된 의지’란 말 아닌가. 난 스스로 내가 선택하여 피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니코틴과 타르라는 약물이 ‘이제 한 대 피울 시간이야~’, ‘금연하면 너 죽고 나 죽는거야~’, ‘밥 먹은 후 한 대 빠는 담배 맛은 세상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천상의 맛인거 알지?’라며 꼬드기고 있는 것 아닌가! 나는 생각한다. 처음 나는 내 의지로 담배를 피웠다. 그렇다면 끊는 것 또한 절대적인 내 의지로 끊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더 이상 약물에 의해 조종당하며 살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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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금연을 하든 흡연을 하든, 내 스스로가 선택을 할 수 있으면 된다. 스스로 감내할 수 있고, 책임질 수 있고, 후회하지 않으며 이겨낼 수 있으면 된다. 하지만 나의 의지가 아니라면, 누군가에 의해 또는 약물과 같은 어떠한 힘에 의해 생각과 행동을 강요받는다면, 그것은 일단 그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3주 후,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리고 앞으로의 인생에서 담배와 나의 인연은 어떻게 될까? 두달 반의 별거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기쁘게 조우할 것인가, 아니면 법보다 더한 사실혼의 관계를 완전히 끊어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것인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3주 후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흥미진진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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