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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고프제, 밥 줄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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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소율 | 작성일 | 2014-01-09 | ||
조회수 | 6648 | 추천수 | 11 | ||
“배 고프제? 밥 줄까?” <!-- Removed Tag Filtered (o:p) --> <!-- Removed Tag Filtered (o:p) --> 재래시장에서 산닭을 잡아 파는 사람들을 만났다. 일부러 물어 보지도 않았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아직 산닭을 사러오는 어르신이 많고 제상에 올릴 닭을 사가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비닐봉투 안에 방금 잡은 닭의 몸통에 닭발과 대가리까지 담겨 있다. 닭발과 대가리를 보자니 시골에서 살던 어린 시절의 추억 한 장면이 어른거린다. 일 년에 두어 번, 어쩌다 닭 잡는 날이면 식구들이 포식하는 날이었다. 닭을 잡는 현장은 아수라장이었지만 털을 벗기고 가마솥에서 끓여내면 맛있고 통통한 백숙이 되어서 나왔다. 그런데 잘 만들어진 백숙의 몸통은 가족들의 차지였지만 닭발과 대가리는 늘 어머니의 몫이었다. 그것도 식구들이 밥을 다 먹고 난 다음에야 맛있다며 알뜰하게 살을 발라드시곤 하셨다. 어머니 생애에 있어 잘 먹는다는 것은 가장 삶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가치 중의 하나였다. 먹을 것이 귀하던 가난한 시절에 전쟁까지 겪으시며, 당신은 비록 헐벗더라도 자식에게 만큼은 배불리 먹여야 한다는 것이 평생의 신념이셨다. 형님께서 군에 가셨을 때는 따뜻한 밥 먹기를 외면하셨다. 군 복무 중인 형님께서 따뜻한 밥을 잘 얻어먹는지, 굶지는 않는지 걱정이 되어 아들의 고생을 몸으로 기억하고자 하셨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어머니의 걱정과 달리 우리는 잘 먹었어도 원래 마른 체형이었는데, 그래도 마치 당신이 제대로 거두지 못한 탓이라 여기며 죄책감으로 사셨다. 어머니의 생은 자식들이 못 먹고 배고프게 다녔을까 하여 늘 걱정을 달고 다니셨다. 놀다가 와도, 학교 갔다 와도 “배 고프제? 밥 줄까?”하고 물어보셨다. 밥도 먹었고 배도 부르다 하면 “고구마 줄까?” “식혜 줄까?” 하며 먹을 만한 것이 있으면 일단 들이 밀고 보았다. 먹는 것이 식상해서 이도저도 다 싫다고 하면 “먹다 남은 막걸리 줄까?”, “아부지가 피시던 담배 있는데 한 대 줄까?” 하시며 술에다 담배까지 권하기도 하셨다. 시도 때도 없이 먹으라는 성화에 짜증도 부렸지만 어머니의 습관화된 자식 먹이기 사랑은 평생을 두고 후퇴하는 법이 없었다. 숟가락에 밥을 가득 떠서 꾸역꾸역 먹는 것을 보는 것이 그렇게 좋다며 행복해 하셨다. 그것도 모자라 틈만 나면 뒷집에 사는 네 친구가 밥 한 그릇 뚝딱 먹어치우는 모습이 그렇게 보기 좋더라 하시고, 배가 불룩하게 나온 뒷동네 L면장님의 풍채가 부럽다며, 너도 얼른 많이 먹고 얼굴 부옇게 해서 다니는 것을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쌀밥과 고기가 넘치는 세상이 되어도 정작 어머니가 드시는 음식은 변하지 않았고 여전히 허드레 음식만 드셨다. 그러다 노년에 병환까지 겹쳐 따뜻한 밥 한 끼 제대로 못드신 채 앙상한 모습으로 임종 하시고 말았다. 온갖 산해진미가 넘치는 세상을 살고 있다. TV를 켜면 채널마다 맛좋은 집이라 방송하고,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에 열광을 한다. 리모콘 하나로, 전화기 하나로 버튼만 누르면 먹을 것을 집까지 배달해 주니 멀리 있는 바다와 들판이 문전옥답이 된 세상이다. 어머니가 가신 후 기름진 음식이 넘치는 세상을 살며 그렇게도 소원하시던 만큼 배가 부르게 살고 있다. 살아 있는 아들은 배가 남산만큼 커지고 얼굴도 부옇게 해서 다니는데, 오늘같이 매섭게 춥던 날에 앙상한 모습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이 자꾸 따라다닌다. 추운 겨울날, 오늘도 차고 넘치도록 사치스런 밥상을 마주하니 “배 고프제? 밥 줄까?하시던 어머니 말씀이 생각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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