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는 평생 참는 것”이란 말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십년이 된 저도 한 대 피고 싶은 생각이 일 년에 한두 번 들지만

이런 생각은 찰나에 스치고 마는 감상(感想)의 한 부분일 뿐이어서

진정한 욕구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니 참을 까닭이 없는 것이지요.

잠깐 동안에도 수많은 편린들이 흘러가는 사고나 회상의 화면에서

‘흡연의 동경’이라는 티끌 하나 스치는 감상을 두고

‘참는 것’이란 표현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가을에 지는 낙엽을 보고 잠시 자살의 충동이 스친다면

이는 풍성한 감성을 지닌 이의 도드라진 느낌일 터인데

이를 두고 ‘평생 죽지 말고 참아야한다’는 충고는

우리를 혼란스럽고 어리둥절하게 만들 뿐입니다.

뇌리에 스쳐지나가는 것은

대부분 이성이 아닌 감성이어서

통제 되지 않으며 통제할 필요도 없는,

따라서 참을 필요도, 참아지지도 않는 하나의 현상일 뿐입니다.

천일이 지나서 생각나는 담배는 흡연의 욕구가 아니라

흡연의 추억이나 낭만이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까요.

질 나쁜 연인과 헤어져 오랜만에 진정 행복해진 사람이

뜬금없이 악랄했던 옛사람이 그립기도 하듯 말입니다.

이런 현상은 잠시 스치는 감상이지

어찌 보고픔을 참는 것이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