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회사의 전략: 편의점 등 소매점 담배 광고 및 진열
흡연만큼 그 유해성이 분명하고 다수의 사회 구성원이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사안도 흔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정작 흡연율은 놀라운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차이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담배회사의 공격적이고 집요한 마케팅 노력’을 꼽을 수 있습니다.
여러 보도에 따르면, 국내외 담배회사의 마케팅 규모는 상당한 것으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개별 기업이 공식적으로 예산을 밝히고 있지 않아 담배회사의 정확한 마케팅 규모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흔히 접할 수 있는 편의점에 설치된 수많은 광고물을 통해 전체적인 마케팅 규모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건강증진법’, ‘방송광고심의에 관한 규정’ 등을 통해 지상파 TV를 포함한 주요 매체에는 제품 광고가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 거의 모든 편의점을 비롯한 소매점에는 담배 광고물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방대한 마케팅 규모를 간접적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전국의 편의점 수는 5개 상위 브랜드(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 미니스톱)만 따져도 이미 2021년 말 5만 개에 육박한다는 사실과, 전국 어디서도 담배 광고 없는 편의점을 찾기 어렵다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마케팅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광고가 도대체 얼마나 무차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이미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각 편의점의 경우 담배 광고를 설치하는 조건으로 담배회사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이 보조금은, 실질적으로 담배회사의 마케팅 비용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편의점 내 계산대 등 손님들이 예외 없이 머무르는 공간을 중심으로, 너무나 많은 종류와 개수의 담배 광고들이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특히, 가장 효과적인 광고물로 알려진 ‘구매 시점 광고 (POP: Point Of Purchase)’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그 효과성도 간과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러한 편의점 내부에서 확인되는 담배회사의 판매촉진 활동은 양적, 질적으로 담배 소비를 일으키는 강력한 수단이 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이에 일부 국가에서는 소매점에 부착될 담배 광고물을 가격과 제품 사진을 포함한 간단한 수준의 포스터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미국에서는 담배 마케팅이 진행되는 편의점 공간이 청소년 흡연 조장 등 국민건강 전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유명 편의점 체인점(CVS)은 직접 나서서 ‘담배 제품을 아예 팔지 않겠다.’고 발표한 사례도 있습니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적극적으로 소매점 내 담배 광고를 금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OECD 회원국 중 무려 55%에 이르는 21개 국가가 편의점 등 소매점 내 담배 광고를 아예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처럼 세계적인 담배규제정책의 트렌드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의 담배 광고물이 오히려 증가하는 모습이 관찰됩니다. 우리나라 편의점에는 현란한 색상으로 인쇄된 광고물은 물론, LED 등 조명 기기로 만든 판촉물, 계산대 바닥에 설치한 광고물도 존재할 정도입니다. 사실상 편의점 전체가 담배 제품을 위한 마케팅 공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편, 국내외 주요 담배회사들은 편의점을 주요 거점으로 하는 광고와 마케팅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통적인 일반담배(궐련)는 물론, 특히 최근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전자담배와 가향담배 판촉을 위한 마케팅은 소매점에서도 더욱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청소년에게 흡연을 조장할 우려가 더욱 크기 때문에 전자담배와 가향담배 등 신종담배의 광고와 마케팅이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려와 같이, 미국에서는 2018년에만 미국 내 고등학생의 전자담배 사용률이 약 77% 증가했으며, 중학생도 50%대의 증가세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대한 조치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은 향이 첨가된 전자담배의 미국 내 판매를 제한하겠다는 발표를 하였습니다. 이는 FDA가 미성년자 그룹이 전국 수만 곳에 이르는 편의점과 주유소를 통해 관련 정보와 상품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즉각 조치한 결과입니다.
사실, 편의점에서 청소년 등 대중을 담배로 유혹하는 요소는 이러한 광고뿐만이 아닙니다. 제품의 화려한 진열은 그 자체로 매우 강력한 마케팅 요소가 됩니다. 담배회사 또한 편의점 내 계산대에서 모든 소비자가 제품을 응시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이를 활용하여 담배회사는 주어진 TPO(Time, Place, Occasion)에 최적인 광고의 개발과 실행, 제품의 진열과 제품 패키지 개발 등에 애를 쓰고 있습니다. 더불어, 진열대에는 제품은 물론 맥락에 어울리는 다양한 형태의 광고물을 추가로 포진시켜 놓는 전략도 구사하고 있습니다.
이에 일부 국가에서는 담배규제기본협약(The Framework Convention on Tobacco Control, FCTC) 조항을 근거로 담배 제품의 진열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WHO FCTC 국가이행보고 자료(2012년)에 따르면 호주, 영국, 뉴질랜드 등 86개 국가에서 소매점 내 담배 진열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 좌, 우로 이동하여 내용을 확인해주세요.
전시금지 시행전 | 전시금지 시행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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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잉글랜드는 지난 2012년 4월 6일부터 대형수퍼 내 담배제품 전시를 전면 금지했다. |
반면, 우리나라 편의점에서는 너무나 노골적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편의점 내 담배 광고와 제품이 집중된 위치에 미성년자인 ‘청소년들의’ 시선이 얼마나 집중되는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 사례가 있습니다.
아이트래킹 (Eye-Tracking) 장비를 활용해서 청소년들의 시선을 자동으로 측정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실험에 참여한 청소년 대부분이 편의점에서 가장 빈번하게 응시한 위치는 담배 광고가 가득한 계산대 주변과 진열대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실험에 참여한 상당수는 노출된 광고와 제품 진열 때문에, 담배에 대한 호기심과 흡연 욕구를 느꼈다고 답하였습니다. 담배 제품이나 주장하는 메시지 모두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는 의견도 함께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즉, 편의점 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담배회사의 제품과 마케팅 수단들이, 특히 미성년자들이나 청소년 등 미래 세대에게 분명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결과라도 할 수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담배 광고는 금지되어 있지만 편의점을 포함한 소매점은 예외적으로 담배 광고가 가능한 공간입니다. 하지만 담배회사의 내부기밀문건에서 광고, 판촉, 후원의 대상이 10대 청소년이라고 알려진 만큼, 사회구성원 모두가 소매점에서 미성년자(학년기, 청소년 등)가 담배회사의 광고, 판촉물을 얼마나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는지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담배회사의 노림수를 간파해야 합니다. 특히, 담배회사의 마케팅의 타깃이 되는 미성년자을 대상으로도 담배회사의 담배마케팅의 의미와 주장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캠페인, 교육 등)도 함께 제공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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