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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보세요!!!,아내의 눈빛이 아름답다 상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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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보세요!!!,아내의 눈빛이 아름답다
작성자 유진 작성일 2009-10-13
조회수 7724 추천수 5
 

아내의 눈빛이 아름답다/ 유 진

지난 토요일 아내가 제안을 합니다.

일요일 등산을 가자고,

살다 살다 아내가 산에 올라가자고 하니

해가 서쪽에서 뜰 것 같았습니다.

토요일이 결혼 27주년입니다.

그날 제가 엄청난 선물을 해주었지요.

스몰 장미꽃 100송이와 안개꽃을 곱게 포장한 다음

로또 오천 원 짜리 한 장 곱게 접어가지고 선물했습니다.

꽃에는 관심이 당연히 없고

복권에만 관심이 가는 눈치입니다.

토요일 하루 종일 좋아하는 모습 보며 저도 덩달아 좋아했습니다.

토요일 밤 한강변을 끼고 시골집으로 가는데

마침 로또 추첨을 합니다.

뭔가 부지런히 적습니다.

번호를 메모하더니 호주머니에 쏙 들어갑니다.

저는 알지요, 원래 저는 복권하고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당신, 복권 당첨되면 나 조금이라도 줄 거야?”

말이 없습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시골집은 나를 반깁니다.

별빛 쏟아지는 밤에 따뜻한 커피한잔에 몸을 녹이고

밖에 벤치에서 아내를 부릅니다.

“커피 한잔 어때요?”

잠자리라서 싫다고 합니다.

창문사이로 바라보니 입이 귀에 걸려있습니다.

뭐가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

당첨이 되었답니다.

예비번호 까지 4개가 맞았다고 좋아합니다.

그럼 3개가 맞은 것이지요.

3개 4개가 아니라 좋아하는 모습 보니

금년 결혼기념 선물은 대박이 터졌습니다.

꽃 사주면 돈으로 달라고 하고

선물 사주면 맘에 안 든다고 했는데 저렇게 좋아하는 것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테라스와 식탁에 오일을 칠하고

야채며 각종 부식들을 챙기느라 바쁘게 보냅니다.

등산가자고 하는 아내는 미인도 아니면서 잠만 자고 있습니다.

언제 산에 가려고 그러나!

시간이 11시입니다

“갑시다.”

지금 가자고?

배낭을 하나씩 짊어지고 올라갑니다.

묵직한 것을 보니 먹을거리가 잔뜩 담아있는 것 같습니다.

전 산을 싫어합니다.

왜냐고요?

군대시절 산을 너무 많이 타서 산이라면 징그럽습니다.

연애시절 설악산 한번 가본 것이 전부입니다.

야트막한 산은 자주 가지만 1000m 높이 산은 결혼 후 처음입니다.

등산가들은 아마 백운봉으로 해서 장군봉 찍고 용문산 정상으로 하산,

아니면 용문산으로 해서 장군봉 찍고 백운봉으로 하산 하는 코스인데

우린 무작정 장군봉만 갔다 오자고 했습니다.

사실 산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7부 능선까지 단풍이 졌습니다.

붉게 물든 단풍사이로 산에 오르며

참으로 오래간만에 하나의 꼭 지점을 목표로 둘이서 올라갑니다.

두어 시간을 올랐나요.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 산에 사람이 없습니다.

8부 능선까지 올라가다, 겨우 두 사람을 만납니다.

엄청 반가워서

안녕하세요?

“네. 반갑습니다.”

사람들이 없는 이유를 금방 알게 됩니다.

등산로가 얼마나 험한지 이루 말 할 수 없습니다.

로프에 기대어서 기어올라 가야되고

한 발만 잘못 삐끗하면 밑으로 떨어질 것 같습니다.

겨우겨우 정상에 도착한 것 같습니다.

백운봉이 발아래에 있고 용문산 정상이 눈높이에 있습니다.

시야가 확 트이지는 않았지만 우리 동네가 한눈에 내려 다 보입니다.

순간 현기증이 오면서 온몸에 힘이 쭉 빠집니다.

정상이 코앞인데, 대략 2~30m 앞에 놔두고···

한참을 누워있는데 옆에서 부스럭 거립니다.

컵라면에 물을 붓고, 초콜릿 하나를 줍니다.

주는 대로 먹고 컵라면에 커피까지 마시고 정상을 오르려다가

느낌이 이상합니다.

장군봉이 우리보고 시건방지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쉽게 정복당하려 하질 않습니다.

다리가 떨어져야 올라가지요,

이런 느낌 처음입니다.

“내려갑시다.”

다음에 또 올라옵시다.

요 앞이 정상인데?

내려오는 발걸음은 가벼웠지만

안하던 짓 하다 보니 잠시 몸이 말을 듣지 않았지요.

5시간을 걸쳐서 산행을 했습니다.


산에 오르내리면서 무수한 담배꽁초를 발견했습니다.

힘들고 지치니까 한대씩 피웠겠지만

만일에 담뱃불로 인하여 산에 화재라도 나면 어떡하려고…….

당신도 예전 같았으면 몇 대 피워 물었겠지?

얼굴을 마주보며

“아마도 그랬을 걸”

오랜만에 1000m 높이 산에 올랐다는 기분과

이제는 금연자라고 인정해주는

아내에 눈빛이 익어가는 가을단풍만큼이나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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