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과장이다.

할만큼 했다, 차장 달고 싶은 욕심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맘 편하다.

짤리면 어째? 아니 짤리고 싶다.

짤려야 실업급여도 받지.... 제발로 나가면 나만 손해다.

이제는 할말 다하고 산다.

직장생활에서 가끔은 상사의 어의없는 보고서에도 응해줘야 할때가 많다.

말도 안되는 주장.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억지논리로 자기의 주장을 펼치면서

보고서를 쓰라고 할때는 망망대해에서 답을 찾으며 담배와 시름할때가 많았다.

이젠 안그런다.

어제는 팀장이 보고서를 쓰란다.

당췌 몬 보고서인지 설명을 가만히 들어보니

팀장의 의도가 눈에 보였다.

"상무님께 나 지금 일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어필하고 싶은 거였다.

난 팀장님께 물어보았다

"이 보고서의 목적이 뭡니까? 현재 업무 절차상의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지요?,

아니면 자사와 타사를 비교한 과정에서 눈에 띄는 차이가 발견되지도 않았고.

타사의 업무절차가 특별히 우리보다 더 낫고 비용도 절감되고 정확하다는 것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왜 이걸 써야하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팀장.."그러니까 그런걸 찾아봐요.."

나...

"찾아봤는데 전혀 없습니다. 팀장님이 찾아보십시요.

 현재 업무절차상에서 전혀 문제가 눈에 띄지도 않고 규정상으로도 어긋나는 것이 없는데

 엉뚱하게 타사와 비교를 해서 문제를 찾으라는것은 망망대해에서 김서방을 찾으라는 식의

업무인데.. 전 그정도 업무 실력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팀장.. "알겠어요. 현재까지 한 요약보고서만 메일로 보내세요"

팀원들이 너무 속시원하다고 나한테 그랬다.

직장생활 맘 비우고 하니 가끔 영웅도 된다.

진저리 난다. 예전같으면 하는 시늉이라도 했을꺼다.

그렇지만 난 산전수전 다 겪었다. 저런 논리가 없는 보고서는 쓰나마다다.

보여주기가 목적이기 때문에 보고서에 정확한 의도나 업무 방향성도 나타낼수 없다.

진저리 나기 때문에 난 저런거 더 이상 안쓴다.

할말 다하고 사는 직장생활 맘 편하다.

이러다 짤리거나 좌천되거나 해도 난 상관없다. 할만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