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방

알림방

금연뉴스

흡연 및 금연에 관한 국내외의 새로운 소식들을 알려드립니다.

공원에, 건물뒤에, 길옆에…'흡연자 출몰에 다니는길 바꿨어요'

작성자 길잡이 2016-09-12 조회수 5424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우선' 판결 불구 사회적 공감대는 '아직'
자치단체 금연구역 잇단 확대 속 애연가들 "흡연공간도 보장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대전 유성구에 사는 주부 오모(36·여) 씨는 최근 퇴근 후 품에 안긴 다섯 살짜리 아들에게서 '엄마한테 담배 냄새난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평생 담배를 한번도 피워본 적 없는 오 씨는 "아파트 앞 길목에서 담배를 피우던 청년들을 무심코 지나쳤는데, 연기가 옷에 뱄던 모양"이라며 "다음에 그런 일이 있으면 담배를 꺼 달라고 요청하거나 다른 길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49) 씨는 지름길을 놔두고 10분 정도 더 걸리는 길로 돌아서 출근한다. 아침 일찍부터 수십명이 모여 담배를 피우는 장소를 지나치기 싫어서다.


그는 "초가을만 되면 비염 증상이 심해져서 담배 연기는 더 고통스럽다"며 "아침저녁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인데, 그렇게 자유롭게 흡연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흡연자들은 도심 곳곳에서 출몰한다.

 
서울에서도 흡연자들이 공원을 통째로 점령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건물과 건물사이에는 흡연자들이 꽉 차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거의 대부분 대형 건물 근처에는 흡연자들이 모여 있다.


서울 도심의 직장을 다니는 김모씨는 "이전에는 회사 근처 공원을 통과해 사무실에 오곤 했는데, 이제는 공원 외곽으로 빙 들아 온다"면서 "흡연자들의 담배 연기 때문에 다니는 길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무분별한 흡연으로 인한 비흡연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지만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는 느슨한 편이다.


국민건강증진법은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그 안에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밖에서는 어느 정도 양해를 구할 수 있다'는 인식이 여전히 존재한다.


대전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대학생 박모(23) 씨는 "금연구역이 아니더라도 도로 등 야외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 '담배를 꺼 달라'고 요청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담배를 꺼 달라고 말했다가 자칫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가 이미 10여년전에 비흡연자의 기본권을 우선하는 판결을 내렸다.


2004년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애연가 허모 씨가 "공중시설 내 흡연을 제한한 규정이 흡연자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혐연권은 흡연권보다 상위의 기본권"이라며 "흡연은 비흡연자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기를 오염시키는 만큼 공공복리 차원에서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못박았다.


간접흡연에 따른 폐해 연구 결과도 점차 늘면서 흡연 제한 추세가 이어지자 지방자치단체는 앞다퉈 금연구역을 확대하고 있다.


강남대로·천호대로·남대문로길·사당역 인근·외대앞 등이 금연거리로 지정된 서울시는 지하철 출입구 10m 안까지 금연구역으로 뒀다.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데, 단속 시행 첫날인 지난 1일에만 86건의 위반 사례를 발견했다.


2014년부터 2년 연속으로 특·광역시 중 흡연율이 가장 높았던 인천시도 전철역 출입구와 택시정류장 등으로 금연구역을 넓혔다.


해수욕장, 도시공원, 광장 등 조례로 규정한 금연시설만 지난해 4천5곳에서 지난달 현재 5천100여곳으로 증가했다. 상위법으로 규정한 장소까지 합하면 6만4천곳에 이른다.


부산시는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공중이용시설 7만6천133곳을 금연구역으로 운영하고 있다. 2011년 제정한 금연구역지정 조례를 통해 버스정류소 10m 이내와 해수욕장·도시공원 등에서도 담배 연기를 쫓아냈다.


대구시와 대전시 등에서도 금연거리를 포함한 흡연제한구역은 점차 넓어지고 있다.

대전 서구 한 관계자는 "공중이용시설에서의 흡연행위 적발과 계도를 병행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승강이도 벌이지만, 정기적으로 금연거리 등을 돌며 위반자를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대전 서구 '금연거리'를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서구는 지난해 10월 1일부터 시교육청네거리∼크로바네거리 양 방향 보행로 구간 등을 금연거리로 운영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에는 층간 흡연을 방지하고자 아파트 복도·계단뿐 아니라 집안에서의 흡연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8월 31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층간 흡연 관련 금연정책 평가 및 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김정훈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원은 "내 집에서 깨끗한 공기를 마실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공간인 집안에서 흡연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흡연은 비정상적인 것'으로 몰고 가려는 이런 움직임은 애연가로선 탐탁지 않을 수 있다.


"흡연구역을 지정했더라도 찾아가기 쉽지 않은 데다 그 숫자가 적다"는 '고충'도 있기 때문이다.

박희진 대전시의회 복지환경위원장은 11일 "예전엔 비흡연자를 배려한다는 차원이었지만, 이제는 흡연자를 배려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의지 부족이나 환경적인 요인으로 담배를 끊지 못하는 이들은 사회적 약자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그러면서 "흡연자를 위한 공간을 적절하게 보장하는 게 비흡연자를 보호하는 대책"이라며 "이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종구, 김상현, 최수호, 최평천, 이재림)


walden@yna.co.kr

카카오톡 트위터 페이스북 이메일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