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모두 패소…미국 등에선 승소 잇따라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4일 국내 공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국내외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흡연 피해 소송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그간 국내외에서 제기된 다른 담배 소송 사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국내에서는 흡연자가 국가나 담배제조사에 제기한 소송에서 단 한 차례도 이긴 적이 없다.
1999년 폐암으로 사망한 김모씨 유족이 소송을 제기한 이후 총 4건이 제기돼 현재 2건이 대법원에, 1건이 고등법원에 각각 계류돼 있다. 나머지 1건은 항소 포기로 원고의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이 가운데 2011년 폐암 환자 김씨 등 가족 36명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흡연과 폐암의 개별적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첫 판결이 나오긴 했지만, 담배회사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이와는 별개로 박재갑 전 국립중앙의료원장 등 9명이 2012년 담배사업법이 국민의 보건권과 생명권, 행복추구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한다며 국내외를 통틀어 처음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해 진행 중이다.
국내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해외로 가면 승소 사례가 제법 있다. 미국은 1950년대 무렵부터 담배회사에 대한 소송이 시작됐다.
초기에는 흡연과 폐암의 상관관계를 부인하는 담배회사측 주장이 받아들여져 원고가 전부 패소했으나 1990년대 무렵 담배회사들이 흡연의 위험성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내부 문건이 공개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이후 흡연자 개인이나 집단, 의료보험회사, 간접흡연 피해자 등 다양한 원고들이 소송을 제기해 거액의 배상을 받기도 했다.
바버라 이자렐리라는 흡연 여성이 암에 걸려 후두를 제거한 후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 1천200만 달러 배상 결정을 받았고 카지노 직원 빈세 레니치는 간접흡연으로 폐암에 걸렸다며 소를 제기해 450만 달러에 합의를 끌어내기도 했다.
정부가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 담배회사로부터 배상을 받아낸 전례도 있다.
미국은 1994년부터 미시시피주 법무부 장관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주정부가 지급한 흡연관련 의료비에 대해 변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한 것을 시작으로 50개주가 담배회사와 법정 다툼을 벌였다. 그 결과 담배회사가 2천억 달러 규모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합의를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플로리다주는 주정부가 위해물 제조업체에 의료비용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피해의 개별입증 대신 통계로 의료비용을 산출토록 법률을 제정하기도 했다.
또 1999년 미국 연방정부가 "담배회사들이 50년간 공모해 흡연의 유해성 정보를 숨겨 대중을 속여왔다"며 제기한 소송에서는 담배회사들의 사기 공모 혐의가 인정됐다.
이 소송에서 정부의 부당이득 환수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의 글래디스 케슬러 판사는 2012년 담배회사들이 그간 흡연의 위험성에 대해 소비자들을 속였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문구를 담뱃갑 등에 게시하라고 판결했다.
캐나다에서는 '담배손해 및 치료비배상법'을 제정해 이를 근거로 브리티시컬럼비아주를 시작으로 여러 주정부가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일명 '담배소송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2005년 연방대법원에서 합헌 결정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밖에 흡연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호주, 브라질에서는 원고 승소, 일본과 프랑스에서는 패소한 전례가 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4/01/24 19:5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