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김태한 특파원 = 영국 정부가 담뱃갑 포장에서 상표를 없애는 정책 추진을 유보한 가운데 담배회사의 로비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치권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세계 최대의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는 담뱃갑 상표노출 금지법 제정을 저지하려고 내부적으로 영국 하원의원 개개인의 성향까지 파악한 자료를 비축했던 것으로 나타나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옵서버 등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이 회사는 담뱃갑 상표노출 규제를 막으려고 이 법안과 관련한 하원의원 전원의 성향까지 파악한 내부 문건까지 작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1년 작성된 문건에서 영국 보건부가 규제 도입을 위해 설문조사를 시행하면 1만8천명을 동원해 반대여론을 조성할 계획도 세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영국 정부는 이달 초 담뱃갑 포장에서 상표를 없애는 금연정책 추진을 철회한다고 발표해 로비 논란에 휘말렸다.
영국 정부는 지난 2010년부터 추진된 상표 없는 담뱃갑 제도 시행을 위해 외국의 규제 영향 평가 등 준비작업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추진 계획을 유보한다고 밝혔다.
보수당 연립정부는 담뱃갑 규제를 시간을 갖고 추진키로 한 것이지 철회는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이는 사실상 담뱃갑 규제를 백지화한 결정으로 풀이됐다.
이런 가운데 보수당의 선거전략 자문위원인 호주 기업인 린턴 크로스비가 담배회사의 로비활동에 연관된 것으로 드러나 정부는 해명에 진땀을 흘렸다.
크로스비는 자신이 설립한 컨설팅 업체를 통해 필립모리스와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 등 담배회사들에 컨설팅 용역을 제공하면서 보수당 전략자문 위원 자격으로 캐머런 총리와 조지 오스본 재무부 장관과 수차례 회의를 했던 것으로 드러나 의혹이 증폭됐다.
영국 총리실은 이에 대해 크로스비나 담배회사로부터 어떠한 로비를 받은 사실도 없다고 해명했지만, 담뱃갑 상표규제를 철회한 여파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담뱃갑의 상표를 없애 모든 제품의 포장을 똑같이 하는 담뱃갑 규제는 지난해 호주가 세계 최초로 도입했으며 아일랜드와 뉴질랜드, 유럽연합(EU) 등에서도 이 같은 규제방안 시행이 추진되고 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30 00:5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