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설립, 방송 흡연장면 퇴출 주도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우리 국민을 가장 많이 아프게, 가장 많이 불행하게 하는 것은 담배입니다. 담배 피우다가 몸 해치면 주변 사람들도 같이 불행해집니다. 담배, 끊으세요."
'금연 전도사' 박재갑(65) 서울대 의대 교수가 30여년의 교직 생활을 뒤로 하고 내달 30일 정년퇴임한다.
7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연구실에서 만난 박 교수는 퇴임을 앞두고도 여전히 열정적으로 담배의 해악과 금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한국 담배제조 및 매매금지 추진운동본부' 대표를 맡은 그는 "사람 한 명을 죽이면 구속되는데, 담배는 1년에 한국인 5만명을 죽인다"며 "담배를 없애지 않는 한 이 나라에서 '보건'이라는 개념은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금연 운동에 나선 건 암을 들여다보면서부터였다. 박 교수는 "2000년 국립암센터 원장이 돼 암 유발 요인을 연구해보니 암으로 인한 사망의 35%가 흡연 때문이었다"며 "담배를 더 공부해본 결과 담배는 마약이자 독극물이라는 확신을 얻었다"고 회고했다.
박 교수는 방송에서 흡연 장면을 퇴출시킨 것을 가장 보람된 기억 중 하나로 꼽았다.
흡연에 따른 폐암으로 사망한 코미디언 고(故) 이주일씨의 장례식에 참석했던 한 배우가 장례식 직후 방송 드라마에 출연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보고는 가만 있을 수 없어 지상파 방송사 사장들과 줄줄이 면담한 끝에 얻어낸 성과라고 털어놨다.
국립암센터 개원을 비롯해 5대 암 검진 비용 대폭 인하를 이끌어낸 것도 뿌듯한 기억이다.
그는 "암 정복 10개년 계획을 세워 정부를 설득한 끝에 얻어낸 성과"라면서 "좋은 프로그램을 짜서 국가적 계획으로 발전시키고 전국의 의료 자원을 투입할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의사로서 여한이 없다"며 웃었다.
두어달 남은 퇴임에 대한 소감을 묻자 그는 "떠난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든다"고 답했다. 국립암센터로 다시 적을 옮겨 연구 및 의료활동을 이어갈 계획이고, 제자들에게는 퇴임과 관련한 행사를 열지 못하도록 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교육공무원 신분에 묶여 출근도 매일 꼬박꼬박 해야 했잖아요. 앞으로는 계약직이니까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게끔 계약을 해서 강연 등 금연 교육 활동에도 더 활발하게 나설 겁니다. 퇴임은 절대 끝이 아니에요"라면서 미소를 지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07 05:3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