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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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박람회' 여수엑스포, 잘 지켜지고 있나?
작성자 길잡이
2012-06-26
조회수
6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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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2일 개막과 함께 93일 동안 대장정에 오른 여수세계박람회(이하 여수엑스포)는 ‘세계 최초’라는 다양한 수식어를 가지고 있다. 해양을 주제로 한 ‘세계 최초’의 박람회인가하면, ‘세계 최초’로 개막식도 바다에서 진행했다. 바다 위 전시관인 주제관도 ‘세계 최초’다. 또한 엑스포 역사상 최초로 ‘환경지침’을 제정하고, 박람회장을 저탄소 녹색성장 견본 도시로 조성하기도 했다. 많은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있지만 그중 특히 눈길이 가는 점이 있다.
여수 엑스포가 WHO(세계보건기구)에서 지정한 세계 최초 ‘금연 박람회’라는 점. 박람회장 내 전시관은 물론 야외 공연장, 보행로 등 실외까지 전부 금연 지역으로 지정됐다. 박람회장 안에서는 담배를 판매하지 않고 흡연은 WHO에서 정한 지침에 따라, 옥외에 설통풍이 잘 되는 특정 장소에서만 가능하다. 쾌적한 회장 환경을 유지하는 동시에 특정 구역을 설치해 흡연자들도 배려한 것이다. 박람회장 내 금연 점검을 위해 도착한 엑스포 현장. 정문 앞에는 이번 행사가 금연 박람회로 운영된다는 안내판과 함께 박람회 장 흡연구역을 표시한 지도가 놓여 있었다.
흡연구역을 정해 놓은 탓인지 박람회장 내 방문객들이 많이 몰리는 전시관 주변이나 디지털 갤러리 광장 내의 청결 상태는 훌륭했다. 길에서 담배꽁초를 찾아보았지만 발견할 수 없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도 눈에 띄지 않았다. 주변 곳곳에 ‘금연’이라는 표시가 그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듯 했다. 엑스포장 내에서 안내를 맡고 있는 정수미(26)씨는 “흡연자를 보게 되면 우선 흡연구역을 알려드리고 그곳에서 흡연을 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람회장 내 운영요원들에 대한 교육도 잘 이루어진 듯 했다.
지도를 따라 흡연 구역을 찾아가 보았다. 흡연구역은 버스정류장 형식으로 마련되어 있었다. 흡연 구역 내에는 담뱃불을 붙이기 위한 점화 장치와 재떨이가 별도로 설치되어 있었다. 비교적 작은 공간이다 보니 흡연자들은 대부분 흡연구역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었다. 안에 마련된 라이터로 불만 붙이고, 정작 담배는 나가서 피우는 형식이다. 흡연자들은 불만을 토로 했다. 고태호(31, 대행사 소속)씨는 “말만 흡연구역이라고 써 붙여놓고 형식적으로 부스만 만들어 놓았다”면서 흡연구역 운영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흡연구역 쓰레기통도 문제라 했다. 오전 오후 각각 두 번 비워지다 보니 담배꽁초를 버리기가 힘들다는 것. 오픈 형 흡연구역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한 관람객은 “차라리 박스 형식으로 폐쇄되어 있는 게 더 효과 있지 않겠냐”며 보다 확실한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의 경계가 있었음을 바라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불만을 가진 몇몇 흡연자들은 박람회장 내에서 자유의지(?)를 만끽했다. 흡연은 주로 바닷가 근처나 건물 뒤편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 졌다. 하지만 대놓고 담배를 피우는 경우도 있었다. 한 어르신은 금연 구역인 식당 앞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기도 했다.
자원봉사자 김춘경(57)씨는 “몰래 담배를 피우시는 분들이 대부분 어르신들인데 제재를 하면 화를 내는 경우가 있다”면서 “퇴장 조치를 할 수도 있지만 사실상 그렇게 하기가 힘들어 그냥 설득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흡연이 담배꽁초 무단 투기로 이어진다는 점이다.흡연자들이 몰래 담배를 피우고 간 곳에는 담배꽁초가 뒹굴고 있었다. 잔디밭, 바다 근처 주변 바위는 물론 심지어 바다에도 꽁초를 버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이란 엑스포의 주제는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듯 했다.
흡연 구역의 미화를 담당하고 있는 황정남(59) 환경미화원은 “담배꽁초를 아무 곳이나 버리고 가는 경우가 있다”면서 “바다나 근처 바위 쪽에 버리면 주우러 가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흡연자들의 자유의지가 결국 환경미화원들의 수고로 이어지도 있었다. 이에 대해 여수엑스포 조직위 측은 “흡연구역의 협소함은 흡연자들에게 편안한 공간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여수엑스포가 금연 엑스포인 만큼 박람회장 내부에서는 흡연자들에게 흡연에 대한 노출을 최대한 줄이고자 했다는 것.
담배꽁초 등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홍보 등을 통해 금연엑스포가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조직위 최익현 회장운영1과장은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를 호소하겠다”고 밝혔다. 김승기 팀장도 “흡연 통제가 제대로 시행 될 수 있도록 직원 관리, 교육 등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흡연자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엑스포 개막 3분의 1이 지난 지금, ‘세계 최초’ 금연 박람회 지정에서 머무는 것이 아닌 ‘세계 최초’ 성공적인 금연 박람회가 되는 길. 흡연자들의 협조만이 남았다.
보건복지부 대학생 기자 전수영, 최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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