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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실함에 대하여
작성자 Haruu 작성일 2022-09-20
조회수 1658 추천수 22

안녕하세요, 금연 한달을 넘기고 이렇게 글을 남겨봅니다.

늘 금길공마를 들락날락하며 위로를 얻었기에, 제 이야기도 좀 적어봅니다.



저는 삼십대 중반의 대학 강사입니다. 미혼이고요.


8월 초, 갑작스런 몸살과 두통에 며칠을 앓았습니다.

저는 코로나인줄로만 알고 타이레놀만 먹으면서 견뎠어요.


두통 증상이 강한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신 어머니의 권유로 대학병원 mri를 찍게 되었고,

한달 전인 8월 19일, 병원에서 모야모야병 의심 소견을 들었습니다.


딱 그날부터 금연을 시작해서 지금 한달이 됐네요.(술도 함께 끊었습니다. ^^)


8월 초의 제 두통은 뇌출혈 증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마비나 장애가 있진 않아요. 

계속 정신이 좀 흐릿한 느낌이지만 일상 생활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학술논문을 써야 하는데 집중력이 부족해서(머리가 잘 안돌아가서) 써지질 않는게 문제긴 하지만, 곧 나아질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모야모야라는 병(희귀 난치병)이 확진된 뒤, 정말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선 36세의 나이에 엄마를 보호자로 병원에 다니는 것이 너무 죄송스러웠습니다.

제가 보호자가 되어야 하고, 제가 부모님을 모시고 부양해야 할 나이니까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부모님이 없다면, 어느날 갑자기 찾아오는 뇌졸중에 쓰러져 그대로 장애가 생기고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무서웠습니다.


살면서 내가 잘한 일은 뭐가 있나, 내 삶에 의미는 무엇이 있었나, 그런 걸 정말 많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사는게 얼마나 허무하고 또 허무한 일인지...


죄송스러움과 두려움에 휩싸여 한달 내내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사실은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런 상태로 한달을 보내며, 담배를 끊어냈어요. 

지금도 민트 사탕을 물고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제 모야모야병은 뇌출혈의 위험이 아주 높습니다. 1년 내에 2차 뇌출혈이 올 확률이 10%라고 합니다. 

10%는 적은 숫자이기도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너무 무섭도록 큰 숫자예요. 정말 무섭습니다.


너무 슬픈 사실이지만, 사람은 언젠가 다 죽지요. 


그래도 저는, 적어도 부모님은 모시고 나서 죽어야겠다는 마음에 담배를 끊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대학 시간강사 나부랭이라 돈도 많이 못벌고, 또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난치병이 생겼으니 앞으로 손주도 안겨드리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우리 부모님 곁에서 애교도 부리고, 책도 출간해서 자랑거리도 만들어드리고,

봄이면 꽃구경 가을이면 단풍구경도 시켜드리고... 맛난 음식도 사드리려고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학생들에게 울림이 있는 좋은 수업을 하고,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좋은 책을 쓰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단정한 삶을 살고, 온기를 조금이라도 더 나누고, 그리고 나서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보낸 끔찍한 시간들처럼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요.


그런 마음으로 금연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흡연 충동이 거의 사그라들더라구요.



저 되게 글 잘쓰는 사람인데ㅎㅎㅎ 정말 두서가 없네요. 이 글은.


엉망인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금연, 꼭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같이 의미 있는 삶을 삽시다. 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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