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이 지나가면 경력이 된다."라는 말이 있죠. 길고 넓게 보면, 힘들 때가 바로 자신을 뛰어넘을 기회인거죠. 그리고 '한계가 지혜를 낳는' 기회도 되고 말이죠. 지금 힘들다면 잘하고 있는 겁니다. 다만 단순한 반복만 하려는게 아니라면 지금의 한계상황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죠. 그래서 저는 금연에 있어서 '참아라. 버텨라.'라는 말을 별로 안좋아합니다. 그건 새로운 분석이나 이해가 불필요한, 한가지의 태도만을 강조하니 말이죠. 적어도 저에겐 '여름은 덮고 겨울은 춥다'는 말처럼 느껴지더군요. 그 말을 강조한다고 달라질건 아무것도 없으니 말이죠.

 처음 금연 시도하시는 분들도 아마 중독의 증상이 사라진 이후 끝판왕인 습관을 만나게 될 겁니다. 어딜가나 만나게 될 겁니다. 그건 억지로 버틸수록 더 힘이 세지는 자석같은 힘이 있죠. 의지와 이성이 약해졌을때 혹은 살짝 외출했을때 더 강해지는 놈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스트레스가 쌓여갈때와 음주내지는 무의식적으로 꺼내물었을 상황과 마주치게 되죠. 물론, 무의식의 세상인 흡연몽도 같은 원리죠.

 처음이야 의지도 강하고 이성도 강하게 드리붓죠. 그러나 사람인 이상 곧 한계 상황이 옵니다. 의지는 한계가 있는 자원입니다. 의지력 낭비를 하면 더 빨리 무기력에 빠지죠. 처음에 괜히 전봇대를 보고선 씨름을 하려 하거나 맞혀서 쓰러뜨리려 하는 사람은 탈진한 끝에 포기하게 되죠. 게다가 영원히 내편인 내 자신과의 싸움이라뇨. 좀더 생산적인 곳에 의지력을 쏟아붓고 금연에는 금연에 맞는 방법을 찾는게 맞습니다. 겪고 나면 정말 별거 없습니다. 아직 그녀석을 모르니 크게 보일 뿐이죠. 자기 그림자와 그리 처절한 싸움을 하려 하다니...

 습관은 습관으로 고칠 수 있지 이성이나 의지로 고치기 힘듭니다. 습관은 어떤 조건이 되면 (방아쇠를 당기듯이) 자동적으로 발동하도록 설계되어 있죠. 그래서 어떤 조건이 되면 새로운 습관이 연결되도록 반복해서 연습하는게 제일 먼저 해야 할 목표죠. 습관은 반복해야 하는 것이고 자연스러워야 되니 주변 환경을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야 하죠. 그리고 버려야할 습관은 조건을 아주 아주 어렵게 만들어서 그렇게는 쳐다도 보기 힘들 정도로 만들어야 합니다. 덧붙여 '의식'을 치루듯이 이 모든 것을 특별하게 만들면 효과적으로 습관이 붙게도 됩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건 감정연습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연습을 안하면 본인이 계속 휘둘리는데도 속수무책이고 위기상황은 계속해서 오게 되기에 언젠가 터질 것을 알고도 참는 불안한 상황이 연속되는거죠. 

 사실 감정연습에 대해 할 얘기가 많은데 너무 길어지네요... 골자만 얘기하자면 지금 닥친 내 안에 있는 감정을 은쟁반 위에 올려놓고 인식하고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의식적으로 보려고 하기 전에는 알아채기가 힘들겁니다. 그리고 그 감정을 이해하고 문제가 무엇인지를 깨닫고 불편함과 함께 머물면서 편안함을 가져오는 연습을 하는거죠. 모든 감정에 적용되기에 꼭 금연만이 아니더라도 분노조절이라든가 필요한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계기도 된답니다. 그 다음으로는 그 감정을 다독이며 편안한 감정으로 유도하는 건데, 저는 가끔 그런 불편한 감정이 들때 내가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과의 약속에 들떠있던 감정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몇달을 별러 구한 생각만해도 기분좋은 택배가 도착했고 혹은 도착중이고 나는 지금 퇴근중의 가쁜 감정을 떠올리곤 하죠. 먹고싶었던 특별한 것을 막 주문하고 기다리던 감정도 있고 예상했던 것을 누군가 알아줄때의 감정이나 심혈을 기울인 선물을 내보이며 상대의 표정을 바라볼 때의 감정이나 예전의 첫사랑과의 연애감정을 떠올리기도 했죠. 편안했던 오후의 한때 차 향기와 녹아드는 저녁놀을 바라보던 감정도 있고...

 사실 약보다 더 효과적인게 우리 안에 있습니다. 다만 그런 연습이 안되어 있을 뿐이죠. 사실 제일 쉬운건데... 암튼 모두 편안한 금연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