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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하루를 상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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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하루를
작성자 얼룩도마뱀 작성일 2017-04-04
조회수 6284 추천수 7
2002년 겨울 어느 주말.
앞뒤 따지지도 않고 아내한테 금연한다고 선포했더랬습니다. 그것도 아주 당당하게 말입니다.

30분 후부터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합니다.
머릿속엔 온통 담배 생각뿐입니다. 금단현상이 이런 걸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 I~C, 괜히 금연한다고 말해 가지고 이런 犬고생을, 내가 내 무덤을 팠네 내 무덤을 팠어.'

갑갑한 마음을 달래려 동네나 한 바퀴 돌아보려고 대문 앞을 나서는 순간!!!
화분 위에 시선이 빛의 속도로 꽂힙니다!!
꽁초!!! 크기를 보니, 잘하면 서너 모금은 거뜬히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속으로 심봤다를 외치며 한치의 망설임 없이 슈퍼로 달려갑니다.
“라이터 하나 주세요!!!”

도둑질한 것도 아닌데, 괜스레 죄인이 된 것 마냥, 
지나가는 사람이 있는지 주변을 두 번 세 번 확인합니다. 다행히 아무도 없습니다. 

한 모금 들이키는 순간! 머리가 띠~용~,
이어지는 기분 좋은 어지러움.
아~ 이 맛이 얼마만이냐!!

두 모금으로 당장의 금단현상을 해결하고, 라이터는 마당 어딘가에 숨겨 놓습니다.
그리고 태연하게 현관문을 여는데, 때마침 아내가 쓰레기 버리러 간다며 나갑니다.
잠시 뒤 아내가 담배 한 갑을 툭 던지며 한마디 합니다.

“금연은 무슨, 그냥 피우세요! 남이 피우다 버린 꽁초 같은 거 주워 피우지 말고.”

아~, 쥐구멍~, 낯짝 팔려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 후로 혹시나 싶어 가뭄에 비 오듯 몇 번 도전했다가 실패합니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죽을 때까지 피우자라며 포기합니다.

그러다가 아무한테도 알리지 않고 소심하게 도전합니다.
힘들어 죽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난 전적이 있어 나대지도 못합니다. 
그냥 조용하게 속으로만 삭입니다.  그렇게 숨 죽여가며 어찌 어찌해서 하루를 버텨냅니다.

하루 버티면 하루 피우지 않은 내 자신이 대견스러웠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날 하루 더 버티고, 다음날 또 하루를 버티고,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에 하루씩을 더하다 보니,
어느새 내 삶에 묻어 있던 담배 흔적들이 지워져 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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