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밤비 내리고

어제 새벽 찬바람 불더니

오늘 여름이 사망했다는 소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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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생명은 저 불의 태양이어서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고 믿었건만

단 한 번의 빗방울로 사위어가는 걸 보니 영원은 존재하지 않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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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떠나듯 , 불볕더위가 사라지듯

열대야보다 심한 금연의 고통도

문득 사라지는 날이 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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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짐은

형태의 사라짐에서

기억의 사라짐을 거쳐

무엇을 잊었는지도 잊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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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의 사라짐이 천일

기억의 사라짐이 삼천일

잊음마저 잊음이 십년이 걸리더군요 , 제게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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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금연은

‘ 끝내 참는 것 ’ 이 아니라

‘ 마침내 잊는 것 ’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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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 혹은 일 년이 모자란 분들에게 제가 너무 오랠 후의 이야기를 했나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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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현상으로 삶과 죽음 , 혹은 정상과 광인의 사이를 널뛰는 현실을 고찰하건대

금연은 단 하루만 끊었다면 금연에 성공할 확률은 90% 이상이라고 단언합니다 .

단 하나의 전제조건은 그 하루가 죽음처럼 절망스럽고 고통스러워야하며 ,

다음날의 아침에 어제의 그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지를 깨달으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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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는 이는 그 하루의 가치를 부정하거나 모르는 자이며

성공하는 분은 그 하루에서 자신의 능력과 이적을 체득한 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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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 지극히 단순명쾌합니다 .

첫 하루를 , 첫사랑보다 더 깊고 강렬하게 느끼면 이루어집니다 .

첫 날 , 기적을 이룬 그 첫날이 하 기특하고 대견하여

자존 ( 自尊 ) 과 자애 ( 自愛 ) 에 도취하여 눈물이 돋는데

다음날 어찌 그 하루를 배반하겠습니까 , 인간이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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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처럼 둘째 날도 , 그리하여 천의 날도 .

어제처럼 오늘도 , 마침내 내일도 .

딱 하루만 더 이어가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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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그 첫날을 배반하지 마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