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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를 하다가... 상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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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를 하다가...
작성자 나의침묵 작성일 2013-01-08
조회수 6934 추천수 6
 

따끈따끈한 물로 기분 좋게 샤워를 마치고 물기를 닦아 내다가
문득 욕실 천장을 바라보았습니다.

수증기를 잔뜩 머금은 가운데 천장에는 물방울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네요.

그런데

물방울이 누렇습니다.

휴지로 닦아보니 짙은 갈색으로 잔뜩 묻어나오는 것이 니코틴과 타르의 결합체임이 분명합니다.

천장을 한참을 닦아내니 겨우 좀 봐줄만하네요.

문제는 천장이 아니라 벽의 모서리마다 발라놓은 실리콘입니다.

이놈은 닦아도 닦이질 않고 누렇게 변색된 채로 버티고 있습니다.


상당히 오랜 시간 여기에서 담배연기를 뿜어낸 결과물입니다.

600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어도

욕실은 아직 흔적을 지우지 못하고 구석구석에서 생채기를 안고  있었네요...


겉으로 비치는 나의 모습은 

천장에 누렇게 맺힌 물방울을 닦아내듯이

제법 찌든 니코틴과 타르덩어리를 닦아내버려서

이제는 비 흡연자로 당당히 살아갑니다.

웬만한 유혹에는 꿈쩍도 하지 않을 만큼 내공이 쌓였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나

갈색으로 변색되어 벽의 모서리에 붙어있는 타르덩어리처럼

나의 선홍색 폐를 시커멓게 변질시켜놓은 흔적을 어떻게 해야 할껀지....

팔팔 끓는 비눗물 속에 집어넣고 푹푹 삶아서 빨래방망이로 두들기면 깨끗해질까?

봄날 따사로운 햇볕에 하루 종일 말리면 뽀송뽀송해질까?

수북하게 쌓인 하얀 눈 속에 묻어두면 혹시라도 탈색이 될까?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변색된 실리콘이야 걷어내고 다시 발라주면 그만이지만

흡연의 추억을 간직한 내 몸은 리모델링이 불가능합니다.

주홍글씨처럼 평생을 함께 짊어지고 가야할 운명입니다.

내 몸이 얼마나 신음하고 있었는지 귀 기울이지 않고

못들은 척 안 그런 척 하고 넘긴 시간이 너무 길어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깊게 패였던 생채기가 조금씩 아물고 있습니다.

600일 동안 아물었습니다.

그러나 모태 비 흡연자의 몸과 비슷해지려면 15년이 필요하답니다.

15년을 금연하면 웬만한 암 발병률은 모태 비 흡연자와 비슷해진답니다.

주인 잘못만나 고생한 나의 몸이 남은 나의 생을 잘 버텨 주면 좋겠습니다.

어떤 유혹과 시련이 찾아와도 절대로 내 몸을 학대하는 어리석음은 다시는 범하지 않겠습니다.


600일을 스스로 기념하며............

오늘도 모든이의 평금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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