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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갑니다
작성자 min 작성일 2012-05-09
조회수 6877 추천수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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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맣게 잊었던 과거가 문득 생각날 때가 있다.

그랬다, 그래서 이렇게 금길에 들어왔고

들어와 금연일수가 궁금해 찾아보니

9년을 넘어 십년 째로 접어들었고

수명은 삼년 반 정도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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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의 용량이란 게 이렇게 작은 것인지

마흔 해를 집어넣었더니 가득차서 그 후론

뇌에서 무언가를 버려야 다시 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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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가득 찬 잔에 물을 부으면 바로 넘치듯

외우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나이가 되었다.

짧은 문장을 백번을 외워도 곧 잊어버리기에

이제는 아예 새로운 지식을 추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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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망각에 대해 처음엔 절망했으나

지금은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까닭은

그 지겨운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며

머리 대신 몸을 쓰는 쾌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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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쉰아홉, 참 젊은 나이이다.

새벽에 일어나 헬스장에서 근육을 부풀리고

저녁에는 피리와 입 맞추거나 누드크로키를 하고

밤이면 소주로 삶의 찌꺼기를 세척하고

주말에는 들꽃이나 나무와 대화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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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눈은 세상의 그릇됨도 너그럽게 보이고

망각에 익숙한 머리는 쓸 일이 없으니

팔과 다리로 베푸는 삶만 남았는데,

감성으로 즐겁고 근육으로 쾌락하니

조물주가 늙음을 준 뜻에 감격한다.

===============

세속과 벌어져, 오히려 즐거운 내 삶이 그저 왔겠는가.

천일 동안 금연하며 현실과의 충돌과 담금질로 얻은 결과이다.

나는 금연을 처절하게, 그렇지만 수행의 과정이라 여기며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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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중순, 오동꽃 흐드러지던 백일 날,

술잔에 오동꽃 타 마시며 얼마나 울었던지.

그런 감격은 내 생에 다시는 오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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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오십일 즈음. 부친상을 치르던 칠월의 여름,

염불(念佛)이 아닌 염금(念禁 : 금연, 금연, 금연....)을 얼마나 외웠던지.

하관하고 붉은 흙 뿌리며 이별을 고한 후

그늘 아래에서 갈증을 소주병 나발 불며 속으로 외쳤지 :

“아버지, 저 해 낼 게요, (사후)효도는 금연으로 부터입니다.” 눈물이 흐르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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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흘렀고, 천일이 될 때까지 나는 이 마당에 머물렀지.

아마 천 개의 글을 올렸을 게야, 하루의 시작은 이곳으로 부터였으니까.

일 년쯤 지나면 담배를 거의 잊기 때문에 할 얘기가 별로 없어서 담배 외의 얘길 하다

금연과 혈투하는 분들에게 “공감을 못하는 얘길 한다”고 힐난을 듣기도 하지만

떠나지 못하는 이유의 하나는 나약한 자신을 더 다지는 시기로 삼는 것이고

이유의 둘은 후배들에게 하나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안타까움과 사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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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따라 편차가 심하지만 어쨌거나

대개 오백일을 지나면 거의 잊어지고

천일 지나면 완전 잊어지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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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생각해봐, 천일 지나도 금연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왜, 무엇 때문에, 이런 고통을 겪는 것이야, 차라리 계속 피고말지.

금연이란 ‘잊는 것’이지, ‘평생 참는 것’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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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 십년 지나서 ‘잊지 못해’ 다시 핀다는 그런 말에 속지 마.

그런 말을 하는 이들은 병적으로 옛 것을 찾는 부류들일 뿐이야.

아마 집착증이라고 부르면 될 것이니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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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하네, 글이 길어졌네, 정이 넘쳐서이니 나무라지 마시길.

그리고 존댓말로 쓰지 못해 죄송해....가 아니라 죄송합니다.

그냥 일기처럼, 혼잣말처럼 쓰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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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이루시길 두 손 모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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