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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내려진 암 의심 진료의뢰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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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나의침묵 | 작성일 | 2012-04-25 | ||
조회수 | 7438 | 추천수 | 9 | ||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아들놈이 있습니다. 한 두어달 전부터 무릎이 아프다고 얘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지난 금요일즈음에 역시 계속 아프다고 하더군요. 그냥 성장통이려니 생각하고 가볍게 여겼는데, 무릎의 한 부위가 볼록하고, 열이 살짝 나는것같다하구요. 토요일에 정형외과좀 다녀오라고 했더니 마누라랑 아들놈이랑 다녀왔습니다. 상태를 물어니 답변대신 상급병원에 진료의뢰서를 내어주더군요. 대학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면서... 골종양의증. 처음 듣는 병명이지만 곰곰히 뜯어서 읽어보니 골은 뼈이고 종양은 암이더군요. 뼈암이 의심된다고 상급병원에서 정밀진단과 치료를 요한다는 메세지와 함께 방사선 사진을 cd에 구워서 가져왔습니다. 내친김에 방사선 사진을 확대해서 보니 왼쪽과 오른쪽 무릎뼈 모양이 달라보입니다. 덜컥 겁이 납니다. 인터넷정보 찾아보면서 점점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크다란 충격이 찾아옵니다. 골종양은 10만명 중에서 0.8명이 발병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약 100명정도가 매년 발병하는 드문암이더군요. 사춘기 남자아이들 무릎에 발병하는게 일반적 형태더군요. 장골(기다란 뼈)의 말단부위에서 발병하면 거의가 악성종양이구요. 아들놈 증상과 한치의 어긋남이 없어보입니다. 아들이 어떤 병이냐고 묻지만, 그냥 별꺼 아니라고 애써 무시하는척 합니다. 본능적으로 치료할 의사를 수소문 합니다. 국내 최고의 명의로 소문난 의사를 찾아내고, 화요일 오후에 서둘러 예약을 했습니다. 중간고사 대비기간이지만 이미 시험따위는 더이상 의미를 가지는 중요한 사항이 아닙니다. 까짓꺼 그런거 좀 안보면 어떠냐. 또 못보면 어떠냐. 그래도 상위권에서 공부좀 한다 하는 애들에 대한 이런 생각은 처음입니다. 주말은 어찌 보냈는지 기억도 안납니다. 인터넷 속의 정보를 모아 골종양 준 전문가 수준이 되었습니다. 밤이 되니 불안과 흥분속에서 분노와 깊은 슬픔에 젖어 뜬눈으로 밤을 세웁니다. 과거는 사지 절단술이 시행되었으나, 요즘은 사지보존술이 적극 시행되더군요, 이놈의 골종양은 폐로 전이도 잘된답니다. 성장통이라 치부하고 그냥 넘겨버린 부모의 무지때문에 너무 치료시기가 넘지는 않았는지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수술과 항암치료를 병행하는게 정석이라네요.. 수술로 한쪽 다리를 인공뼈로 이식하고 항암으로 머리카락이 빠진 아들놈 얼굴이 오버랩됩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집니다. 분노와 절망감에 담배라도 피워야 안정이 될것같습니다. 그러나 일단 참았습니다. 금연 시작했을때 옆에서 큰 힘이 되어준 아들놈 실망시키기 싫어서 참기는 했으나 나의 금연은 여기까지라는걸 직감적으로 알았습니다. 지금은 참아내도 내일은 분명 못참아낼것을 직감합니다. 월요일. 아침도 못먹습니다. 점심엔 물말아 겨우 반공기 먹습니다. 바쁜 일 대충 마치고 마음에 여유가 생기자 또 눈물이 쏟아집니다.누가 볼까 두려워 얼른 자리를 빠져나가 화장실에서 실컷 울고 나옵니다. 지금부터 고난의 시작. 고통의 시작, 가족의 시련의 시작이란걸 직감합니다. 잘해주지 못한 아들에게 미안했습니다. 축구를 유난히 좋아해서 한겨울 운동장에서 뛰어놀던, 아직은 아무것도 모르는 아들놈이 또 생각나 울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눈총과 부당한 대우 속에서 살아가야할 아들놈 생각에 또 속상하고, 이런일이 나에게 닥쳐온게 분해서 화가나고.............. 감정이 교차되며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줄도 모릅니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엔 아무도 없습니다. 아들놈은 학원에서 10시가 다되어야 돌아옵니다. 딸도 11시가 되어야 돌아옵니다. 마누라도 아직 퇴근전입니다. 아버지도 외출중입니다. 아들방에 들어가 책상을 봅니다. 또 눈물이 왈칵 쏟아집니다. 베게에 얼굴을 묻고 통곡을 합니다. 주먹으로 벽을 치다가, 가슴을 치며, 머리를 쥐어 뜯습니다. 한참을 울다가 하나님을 찾습니다. 제발 아무일도 아닌것처럼 지나가 달라고... 아들 대신 차라리 나의 다리를 가져가 달라고.. 악성종양만 아니길 바라고.. 악성이라도 전이가 안되었길 바라며.................................................................... 저녁도 못먹습니다. 밤새 그래도 배는 꼬르륵 꼬르륵 밥달라고 아우성입니다. 화요일.. 마누라도 저도 휴가를 냈습니다. 아들놈은 아침부터 학교안간다고 늦잠을 잡니다. 아직 아들놈은 왜 대학병원을 가는지 모릅니다. 그냥 좀 안좋은가보다 라고 느낄 뿐입니다. 학원에서 좀 울적해 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병원 예약이 3시라 여유가 많습니다. 아들놈 옆에서 팔베게를 해주며 누웠습니다. 아들놈 다리를 어루만지며 꼭 끌어 안아 봅니다. 눈물이 또 흐릅니다. 또 하나님을 찾습니다........ 서울대 병원으로 갔습니다. 골종양전문의의 대기실엔 목발을 집고, 항암제투여로 머리가 빠진 애들이 보입니다. 또 속이 상합니다. 두려움과 슬픔과 절망과 분노의 감정이 함께 교차됩니다. 또 눈물이 글썽입니다. 차례가 되어 의사선생님과 마주합니다. 심장이 쿵쿵 제멋데로 뛰어오릅니다. 숨을 쉴 수도 없습니다. 아들놈 무릎을 만져보고 튀어나온 부분을 보고 방사선 사진을 봅니다. "너 운동 많이 하니?" "네.." ... ... 몇번의 문답이 오갑니다. "이런질병은 이나이때 애들한테는 흔히 발생하는 질병입니다." "굳이 병명을 말하려면 무슨 무슨 병이랍니다" (영어로 뭐하하는데 알아들을수 없습니다.) "골종양은요?" "누가 그럽니까?" "진료의뢰서요.." "그런건 볼 필요도 없습니다..." . . . 또 눈물이 쏟아집니다. 마누라도 같이 웁니다. 사람 많은데서 울어도 챙피하지도 않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오진한 의사한테 따질까 했더니 마누라는 그냥 그분한테 더 감사하라 합니다. 덕분에 정말 새사람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인생에 있어서 정말 소중한것이 무엇인지 뼈져리게 느낍니다. 평범한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날인지요. 잠들어 있는 아들놈이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지요. 하나님 감사합니다. 또 눈물이 글썽그립니다. 퉁퉁 부은 눈도 안챙피합니다. 그래도 금연이 계속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 평범한 하루하루에 더더욱 감사할 수 있게해준 하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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