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끽연남녀... 상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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끽연남녀...
작성자 골초 작성일 2010-01-11
조회수 8974 추천수 5

喫煙男女(끽연남녀)


<끽연남>

금요일 저녁 필리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아무래도 자식 영어 교육 때문에 베트남 보다는 괜찮을것 같은데...

 카자흐스탄 아가씨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

그래도 자식을 위해서 내린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내 나이 마흔이 어디 적은 나이는 아니지 않은가...

 

<끽연녀>

 금요일 저녁 말죽거리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아무래도 사장 눈치가 젤 많이 보였었다. 그래도 잘버텼었는데... 

젊은 김대리가 가장 마음에 걸린다.

내가 꼬리를 그리 많이 말아 올렸건만...

하긴 내 나이 서른일곱이면 적은 나이는 아니지 않은가...

 

<끽연남>

우..씨... 좀이 쑤셔 죽겠다.

 공항에서 라이타도 뺏았기고

금단 증상때문에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미치겠다.

건너편 좌석에 내또래쯤 되어 보이는 놈들은

골프 여행 가는 모양이다.

계속 골프 이야기만 한다.

나도 마흔에는 저런 여행 다닐줄 알았다.

("잠시후 마닐라 공항에 도착합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공항에 내려 픽업 차량이 올때까지 줄담배를 피웠다.

 

<끽연녀>

우..씨...짜증나 죽겠다.

 사표는 썼지만 이젠 어쩐다?

이 나이에 어디 취직이 쉽게 될 나이도 아니고..

차창 밖 승용차에서 내또래쯤 되어 보이는 여편내들이

수다를 떨며 나를 올려다 본다.

나도 저 나이엔 저러고 다닐 줄 알았다. 

주머니속 라이타를 만지작 거렸다.

("이번 정차역은 말죽거리 말죽거리 슈퍼입니다.

다음 정차역은 국민은행 삼거리입니다.")

슈퍼 앞에서 내려 마을 버스가 올때까지 줄담배를 피웠다.

 

<끽연남>

3일간 일정이 끝나고 한국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마닐라 공항 쓰래기통 앞에서 줄담배만 피워댔다.

어디서 부터 내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것일까?

아무래도 10년동안 사귀다 헤어진 경희 때문인것 같다.

 

<끽연녀>

3일간 집구석에서 생활 정보지 펼쳐보며

이곳 저곳 전화하며 줄담배만 피워댔다.

어디서 부터 내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것일까?

아무래도 3년전 헤어진 찬교선배 때문인것 같다.

 

<끽연남>

"선배 나랑 결혼 할꺼야?"

"임마 그걸 말이라고 하냐?

우리 같이 한게 10년인데..."

"그럼 부탁이 있는데...

날 정말 사랑 한다면 그 담배 끊을 수 있어?"

"에이...뭔소리? 그럼 담배가 슬퍼하지...

너 같으면 나랑 헤어질 수 있겠니?"

"그럼 나보다 담배가 더 좋다는 말이야!"

"좋다기 보다는 담배는 말이야 너에게 있어서 나같은 존재다 이거지...

그리고 담배 끊는게 어디 쉬운게 아니거든"

"그래?... 담배랑 나랑 동급이라 이거네..."

"그럼 담배랑 살어!!"

 10년간의 사랑이 그 카페에서 그렇게 마지막이 될줄이야...

다시 그때로 되돌아 간다면 경희 한테 자신있게 말해 줄텐데...

"우리 사랑 사이에 담배가 걸림돌이 된다면...하하하... 내가 오늘 당장 끊는다!"

그 애 처럼 좋은 여자 세상에 드믄데...ㅠ

 

<끽연녀>

3년전 찬교 선배에게 이별을 고하고 그 카페를 나왔다.

우리의 깊고 깊은사랑과 믿음이 있었기에 이별을 고하고 나왔던 거였고...

당연히 뒤따라와 나를 잡을거라 생각했다.

화난 표정하고 계단을 내려오는데 따라오는 소리가 안들린다.

"어라?"  뭔가 느낌이 안좋았다.

걷는 속도를 줄여 보았다.

버스를 몇대 보내도 보았다.

혹여 택시타고 먼저 우리집 근처에서 기다리지는 않을까?

 집앞에서 두리번 거리기도 해봤지만 선배는 나타나질 않았다.

집앞 말죽거리 슈퍼에서 담배와 라이타를 샀다.

 선배에 대한 미련과 복수심이 지금의 나를 만든것 같다.

담배 중독이 이리도 무서운것을...

다시 3년전으로 되돌아 간다면 찬교 선배한테 애교를 섞어서

초강력 비음으로 이쁘게 말해 줄텐데....

" 구래쪄..담배는 중독성이 강해쪄 끊기 힘들뎅...우리 결혼하면 2세도 생각해쪄

선배가 담배쪼옴 끊어줬으면 좋겠쪄..히~힝"

그렇게 좋은 선배 세상에 없었는데... ㅠ

 

<끽연남>

필리핀에 갔다 온지도 한 달이 넘어간다.

일요일 오후 집에서 전국노래자랑을 보는데 수유리 고모님한테 전화가 왔다.

"찬교야! 필리핀에 가서 선본거는 잘 안됐다며?"

아...미치겠다.  300만원 날린것도 속상한데 고모님 한테까지 소문이 났나보다.

"예?..예..."

"찬교야 기죽지 말어..내가 참한 색시 하나 알아 놨으니까 ..이번주 토요일에 한번 만나봐라"

"몇살인데요?"

"서른 넷이라지 아마? ...요번에 직장 그만 두고 신부 수업중이라구 허더라"

"제나이 많다고 안하던가요?"

"이 그려..그래서 고모가 니 나이 서른 일곱이라고 했지..."

"그러니 그런줄 알고 나가봐...."

"선 볼때는 조금씩 거짓말도 하는거여..."

그래서 이번주 일요일엔 오랜만에 한국 여자하고 선보게 됐다.

사실 두 달전엔 연변도 갔다왔다.

" 오늘부터 금연하고 무조건 매달려야지..."

나는 지금 고모님이 불러준 메모지를 바라보고 있다.

토요일 오후 1시 소공동 롯데호텔 7층 비선 일식...

 

<끽연녀>

직장을 그만 둔지도 한 달이 넘어간다.

일요일 오후 집에서 전국노래자랑을 보는데 불광동 이모한테 전화가 왔다. 

"경희야! 직장 구하는거 잘 안된다며?"

아...미치겠다. 결혼 못한것도 속상한데 엄마가 이모한테 실직한 것까지 소문냈나 보다.

"어?..어..이모.."

"경희야 이모가 너 실랑감 하나 알아봤는데 이번 토요일에 한 번 만나봐라"

"이모...몇살인데?"

"서른 일곱..너랑 동갑이고...직장도 꽤 괜찮은가 보더라...."

"이모, 내 나이 많다고 안해?"

"사실은  니 나이 세살 줄였어..선이란게 다 그런거 아니냐..."

"살다보면 그런건 아무것도 아니야.."

" 서로 사랑하고 살면 그런 허물은 아무것도 아닌거지..."

그래서 오랜만에 선보게 됐다.

그래서 오늘부터 금연 할 생각이다.

"왠만하면 넘어가 줘야지..."

나는 지금 이모가 불러준 메모지를 바라보고 있다.

토요일 오후 1시 소공동 롯데호텔 7층 비선 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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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로 사랑이 깨질 수 도 있겠구나 하여 써봤으며,

위에 등장하는 특정호텔과 특정인물은
나하고 전혀 상관이 없음을 밝힙니다.

즐겁게 금연하시길 바랍니다.^^

-골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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