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로 드디어 300일이 됐습니다..

어제 저에게는 (1)오래 참았으니 이제는 다시 피자  (2)조금만 더 참자, 이 두 가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습니다..

망설임없이 (2)를 선택했습니다.. 365일 될 때까지만 더 참기로 했습니다..

365일이 되면 또 선택을 할 수 있답니다.. 정 피고 싶으면 그때까지 피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마음이 정말 편합니다..  근데 아마 365일이 돼도 당연히 (2)를 선택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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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댓글만 서너개 달았을 뿐, 거의 눈팅만 했더랬습니다..

초창기에는 참을 수 없는 금단증상과 괴로움 때문에 미친듯이 눈팅을 했고, 언제부턴가 모든 게 견딜 만 해졌을 때는 우리 님들 어떻게 지내시나 괜한 궁금증으로 눈팅을 했습니다..

300일이 됐으니, 이제 시작한 지 얼마 안되신 분들께, 힘되실 몇 마디를 해드려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기네요.. 좀더 오래 버티신 분들이 난 이렇게 참았다, 하고 올려주신 글들 보면서 무지하게 힘 받았습니다.. 저도 받은 만큼은 돌려드려야 할텐데...

저는 2009년에 41세가 됐고, 19살부터 폈고, 최근 10년간은 하루 평균 2갑 가까이 피웠던 것 같습니다.. 물론 술 마시거나 뭔가 집중할 때는 더 폈구요..

<담배 끊기 결심한 날>

2008년 3월 20일부터 담배를 참기로 했습니다..

전날 무리하게 마셨던 술 때문에 숙취로 굉장히 고생하고 있었죠.. 어지럼증과 울렁증으로 괴로워 죽겠는데 그 와중에도 담배가 끌리는 겁니다..

담배를 피면서 오히려 더 괴로운, 그런데 안필 수가 없는, 아 이거 끊어야 되는데 하면서 피고, 피고 나면 더 괴로워 죽겠고, 어지럽고 메스껍고, 이러면서 계속 건물 안팎을 왔다 갔다 하며 담배를 피워야 했습니다.. 정말이지, 너무 괴로웠습니다..

<보건소 금연클리닉 정말 좋습니다>

그날 점심 먹고는 무작정 택시를 타고 회사에서 제일 가까운 강남보건소로 갔습니다.. 2층 금연클리닉으로 갔죠..

음주측정기 같은 데에 숨을 내뱉어서 일산화탄소 측정하고, 간단한 설명 듣고, 은단과 패치와 사탕도 받고, 금연껌도 받고, 앞으로 매일 전화 혹은 문자메시지로 감시(?)하겠다는 설명 듣고 나왔습니다..

들어가면서 2개 폈고, 나오자마자 2개 또 폈습니다.. 사무실에 돌아와서도 숙취로 괴로운 와중에 계속 열심히 피웠습니다..

퇴근길에도 걸어가면서, 전철 역 직전에서, 전철 내리자마자, 버스 정거장에서, 버스 내리자마자, 집까지 걸어가면서 계속 피웠습니다.. 집에 가서도 거의 4분 간격으로 앞 베란다를 왔다 갔다 하면서 피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자기 전에 한 대.. 이게 저의 흡연 패턴이었거든요..

<일어나자마자 패치를 붙였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보건소에서 받아온 패치를 붙였습니다.. 솔직히 이번이 세번째 금연시도입니다.. 예전에 2달 성공이 최장기간이었죠.. 그때도 패치 덕을 좀 보긴 했습니다..

패치 사용하는 거, 굉장히 권장합니다.. 아주 부드럽게 금단증상 줄일 수 있습니다..

근데 일주일 이상 사용하는 거는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뭘 알아서가 아니구요, 패치를 붙이고 있다는 건 피부를 통해 내 혈액 속에 니코틴을 계속 공급하고 있다는 뜻이고, 그렇다면 그건 담배를 끊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첫날 1장을 붙였고, 그 다음날은 반을 잘라서 1/2을 붙였고, 사흘 째에는 남은 절반을 다시 반으로 잘라서 붙였습니다. 나흘째부터는 패치와도 빠이빠이~

이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절정의 금단증상은 패치로 넘기고, 적응기간 직후에 바로 맨몸으로 금연 시도하기..

<금단증상들>

잘 아시잖아요? 담배 안피면 어떻게 되는지.. 첫 사흘 정도는 짜증, 불안, 두통, 허공을 딛는 듯한 멍함, 무기력... 말도 못했죠.. 굉장히 예민해지고 신경질나고.. 다행히 패치가 힘을 발휘해서 그럭저럭 참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슴이 허전해서 제일 힘들었어요.. 담배 연기가 목으로 넘어가는 그 느낌, 그게 없으니 정말 미치겠더라구요.. 입이 심심한 것도 견디기 힘들었고..

틈나면 녹차 마시면서, 볼펜을 물었다 떼며 공갈 담배 피는 흉내를 많이 냈습니다..

호흡기 속의 나쁜 기운들 빠져나가라고 심호흡도 많이 했습니다..

예전같으면 담배를 폈을 만한 상황들, 예를 들면 걸어갈 때, 커피 먹을 때, 회의할 때, 뭔가 일 시작하기 직전, 끝난 직후, 식전, 식후, 말 많이 하고나서.. 등등 그러면 하나쯤 펴줘야 하는데 못하니까 정말 힘들었습니다..

특히 밥먹고 난 직후의 그 껄떡지근함.. 그래서 틈틈이 양치질도 굉장히 자주 했습니다..  

그 후에는.. 그냥 <아, 한 대 피고 싶다>는 밑도 끝도 없는 유혹이 하루종일 머리 속에 가득 차 있었죠.. 

<노하우!!>

그때 금길사이트 정말 열심히 왔습니다.. 제일 큰 노하우입니다.. 업무시간에도 남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넘겼나 그것만 보고 있었죠.. 그리고 무조건 참는 겁니다..

제게 제일 힘이 됐던 말은, 금단증상은 누구나 겪는 것이고, 시간이 갈수록 현저히 줄어들며, 갈수록 내 몸은 더 좋아진다는 선배들의 증언이었습니다.. 참, 유진님께서 올리신 글 중에 "금연하면 좋은 점" 총정리가 있어요.. 그것도 정말 힘이었죠..

근데 제일 힘들었던 건, 200일 300일 1,000일 되신 선배들께서 "흡연 충동 때문에 괴로웠다" 혹은 "아 한귀에 넘어갔다" 이런 글을 남길 때였습니다..

200일 300일이 지나도 계속 피고 싶은 마음이나 금단증상이 남아 있다면 이걸 어떻게 계속 끌고가나 하는 생각에 참 많이 좌절했습니다..

근데 제가 300일이 되고 보니, 사실은 이렇습니다.. 흡연 충동, 분명히 있구요, 술자리 같은 데서 굉장히 피고 싶을 때 있는데요, 중요한 건, 그때 뿐입니다..

담배 피고 싶어도 물 한잔 녹차 한잔이면 쉽게 잊을 수 있습니다.. 술자리에서 담배도 어느 순간 전혀 의식을 못합니다.. 충동은 있는데 참기도 그만큼 쉽다는 거죠..

저는 30일, 60일, 80일, 150일, 180일 정도에서 굉장히 심한 유혹이 있었고, 250일까지도 엄청난 유혹을 느꼈습니다..

근데 어느 순간?? 않으면 얼마든지 계속 할 수 있고, 힘들지도 않아요.. 그러니 이제 시작하시는 분들도 마음놓고 도전하세요..

<금연의 가치>

이걸 어떻게 돈으로 환산할까요? 깨끗해진 피부와 향기로와진 몸, 호흡, 잇몸.. 모든 것이 좋습니다..

잠의 질도 좋아져서 아주 푹 잔 느낌이구요, 예전에는 못들었던 새벽 자명종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새벽에 6시면 저절로 번쩍 눈이 떠지는 아주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정말 건강해졌어요..

변비, 가슴 통증, 호흡곤란, 수면 과다, 수면 부족, 잇몸 출혈, 피부 트러블, 복부 비만... 남들이 얘기하는 금단증상이란 증상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경험한 것 같습니다..

근데.. 이거 뭐 시간만 지나면 다 해결돼요..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어요..

휴우~ 써놓고 보니 특별한 내용도 아닌데 정말 길어졌네요..

힘내시라고 써봤습니다.. 또 저 자신에 대한 다짐이기도 하구요..

천하의 골초였던 제가 300일이나 담배를 참을 수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사무실에서도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죠.. 저는 해냈습니다..

세상 사람 다 해도 저는 못할 것 같았던 금연, 300일까지는 성공했습니다.. 여러분도 반드시 성공하실 거에요.. 365일을 넘어 계속 평금할 수 있도록 우리 서로 격려하고 축복하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