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규제방안 강력 추진…국회에 관련법 개정안 3건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보건당국이 박하향, 초콜릿향 등 각종 향을 첨가해 흡연을 유도하고 지속하게 하는 이른바 '가향담배' 규제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담배제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가향성분을 규제하는 방안을 강력하게 추진해나가겠다고 28일 밝혔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기획재정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부처와 협력해 현재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률안이 통과할 수 있게 적극적으로 힘쓸 방침이다.

현재 국회에는 가향물질이 들어간 담배 판매를 금지하거나 가향물질 함유량을 제한하고 초과할 경우 판매를 규제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과 담배사업법 개정안 등 3건의 법률안이 계류돼 있다.

호주와 미국, 캐나다, 유럽, 브라질에서는 과일 향이나 바닐라·초콜릿 등 특정 향이 포함된 담배의 제조와 판매를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담배에 들어가는 가향물질과 관련한 법적 규제가 전무하다시피 하다.

다만, 담배 제조업자나 수입판매업자가 가향물질 표시 문구나 그림·사진 등을 담배제품의 포장이나 광고에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을 뿐이다.

보건당국이 이렇게 가향담배를 바짝 옥죄고 나선 것은 기존의 캡슐담배뿐 아니라 일반 궐련담배에도 다양한 가향성분이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6∼2017년 공주대 신호상 교수팀이 2016년 7월 기준 판매량 상위 60종 궐련담배를 대상으로 연초를 조사해보니, 모든 제품에서 최소 2개에서 최대 28개까지 가향성분이 나왔다.

가장 많이 검출된 성분은 박하향을 내는 이소멘톤, 이소푸레골, 멘톨로 46종 제품에서 한 가지 이상 검출됐다. 코코아 성분인 테오브로민은 59종에서, 바닐라향을 내는 바닐린은 49종에서 나왔다. 검출된 첨가물 종류는 총 39개였다.

멘톨은 말단 신경을 마비시켜 담배 연기를 흡입할 때 느껴지는 자극을 감소시킨다. 이는 흡연자가 담배에 포함된 니코틴 등 유해물질을 더 많이 흡수하도록 해 중독 가능성과 암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또 다른 주요 가향물질인 설탕과 같은 감미료는 연소하면서 발암물질로 알려진 아세트알데히드가 발생한다.

코코아 성분 중 하나인 테오브로민은 기관지를 확장해 니코틴이 흡연자의 폐에 더 쉽게 흡수되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향담배는 젊은층을 겨냥해 만들어진 제품이다. 연초 외에 식품이나 향기가 나는 물질을 추가해 담배의 맛과 향을 좋게 하거나 담배의 자극이 덜한 것처럼 느끼게 한다.

가향담배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 흡연자로 남을 확률이 훨씬 높다.

연세대 김희진 보건대학원 교수팀의 '가향담배가 흡연시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보면, 13∼39세 흡연자 9천63명을 온라인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65.5%는 가향담배를 사용하고 있었다.

가향담배로 흡연을 시작(한 두 모금 피움)한 경우 지금 현재 흡연자일 확률이 일반 담배로 시작한 경우보다 1.4배 높았다.

가향담배로 흡연을 시작해 현재에도 가향담배를 피는 경우는 69.2%에 달하지만, 일반담배로 시작해 계속 일반담배를 피는 비율은 41.0%에 그쳤다.

흡연 경험자의 70% 이상은 담배의 향이 흡연을 처음 시도하는데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shg@yna.co.kr

2018/04/28 06: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