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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스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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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min | 작성일 | 2019-11-05 | ||
조회수 | 3159 | 추천수 | 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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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내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침범했다.
바탕화면 아이콘의 대부분이 빨갛게 물들어버렸다. 전문기사에게 물어보니 회복불능이라는 대답.
30분 정도 다시 포맷, 두 시간 남짓 다시 프로그램을 깐다. 컴의 기능은 회복이 되고 일은 할 수 있지만 내 저장의 기억은 모두 사라졌다.
스무 해 이상을 갈무리해둔 내 기록의 창고가 사라진 것이다. 사회나 국가 혹은 학문에 중요한 것은 당연히 없지만, 개인의 이력이 유실됐다는 것은 참 허망한 일이다.
기록의 유실, 이는 물리적 손실일수도 있지만 기억의 유실이라면 어떨까, 내 기억이 모두 사라진다면. 허망함이 아니라 두렵다, 이는 내 존재의 바탕이 사망했다는 의미이므로.
삶은 무엇이고 죽음은 무엇일까. 육신이 떠남을 완전한 죽음이라 하겠지만. 기억이 사라짐은 ‘반의 죽음’이며 정신이 희미해짐은 ‘거의 죽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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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념에 젖다가 아주 오래전의 기억이 떠오른다. 금연길라잡이, 그래서 방문을 해보지만 무척 낯설고 서늘하다.
아는 이도 드물고, 글도 공감이 안 간다. 담배를 잊고 금단증상도 모르는 자에게는 마음의 고향이던 이곳도 타향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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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했으니 바람의 방명록 몇 줄 남기고 간다.
죽음보다 힘든 하루만 참고 넘기시라. 일주일이 되면 참혹하지만 견딜 수 있으며 한 달이 차니 처절하게 버틸 수 있더라.
백일이 되어 환희의 눈물을 술잔에 타 마셨으나 타는 목마름은 들불처럼 지나가고 일 년이 되니 가끔 유혹이 비수처럼 찌르기도 하지만 심호흡 몇 번으로 사라지더라.
천일, 잊었으나 번갯불처럼 스치기도 하였으며 삼천일, 잊음도 잊어 마침내 모르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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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혹은 세월, 이 하나만 믿고 가십시오, 하루가 쌓여 천 날이 이루어집니다. 다만 내가 담배를 처단하기 위해 품은 첫날의 핏빛 초심을 가슴에 부적으로 새기고 건너야합니다.
모두 이루시어 즐겁고 청정한 삶 되길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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